버냉키 FRB 의장은 7일(현지 시간)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 은행협의회 초청 연설에서 “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이 실망스러울 정도로 더디고 고르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며 “경기회복세를 북돋우기 위해 경기부양적인 통화정책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특히 “고용상황이 정상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고용 창출이 활발하게 이뤄질 때까지는 진정한 의미에서 경기 회복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현재의 경기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주요한 이유로 주택시장의 침체를 지적하면서 “사실상 건설산업의 모든 부문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백악관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경기 흐름에 관한 질문에 “분명히 미국 경제가 역풍을 맞고 있다”며 “경기가 회복 궤도에 올라 있지만 회복 속도를 높여야만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여러 조치들을 취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성장의 길로 가고 있다”며 “더블딥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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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미국 경제의 흐름을 보면 이들의 예상대로 하반기에 회복세를 되찾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5월 제조업지수는 53.5로, 2009년 9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 제조업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말 발표된 3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2003년 8월 이후 최저치인 138.2로 주택시장이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5월 미국의 신규 고용은 당초 예상했던 18만 명에 크게 못 미치는 5만4000명 증가에 그쳤다.
한편 평소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버냉키 의장이 이날 미국의 경기회복세에 우려를 표시하자 증시 투자자들의 심리는 급속도로 위축됐다. 장 내내 소폭의 상승세를 유지하던 뉴욕증시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하락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9.15포인트(0.16%) 하락한 12,070.61에 장을 마쳤다. 유럽의 주요 증시도 8일 하락세를 보였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