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성분인 ‘로열랙틴’ 먹으면 애벌레가 여왕벌로 변해日 마사키 가마쿠라 박사 로열젤리 성분 분석
《홍삼과 함께 건강식품의 대명사인 로열젤리. 하지만 꿀벌들에게는 자신의 ‘신분’을 결정짓는 중요한 음식이다. 유전적으로 똑같은 애벌레이지만 로열젤리를 맛만 보느냐, 질리도록 먹느냐에 따라 평민(일벌)이 되느냐, 왕족(royal·여왕벌)이 되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로열젤리는 일벌이 애벌레를 기를 때 분비하는 물질로 여왕벌이 될 애벌레는 로열젤리가 담긴 왕대라는 특수한 보육실에서 마음껏 로열젤리를 먹으며 자란다. 그 결과 여왕벌이 되는데 여왕벌은 몸이 클 뿐 아니라 수명이 일벌(1∼2년)의 10배나 되고 결정적으로 매일 2000개의 알을 낳는다(일벌은 불임).》
로열젤리가 가득 찬 특수 보육실에 여왕이 될 운명을 지닌 애벌레가 들어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 로열젤리 힘의 비밀은 ‘로열랙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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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마사키 박사는 로열젤리 보존상태와 피로해소 효과의 관계를 연구했다. 섭씨 40도에 일주일간 보관한 로열젤리는 피로해소 효과가 사라진다는 논문을 2001년 일본의 한 영양학술지에 게재했다. 마사키 박사는 이 로열젤리를 애벌레에게 먹여봤다. 그랬더니 상대적으로 몸이 크게 자라지 않고 난소도 작아 알을 덜 낳았다.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섭씨 40도에서 2주, 3주, 한 달을 둔 로열젤리를 먹여봤다. 그러자 여왕벌의 특징이 점점 약해지더니 한 달짜리에서는 일벌이 나왔다. 로열젤리의 약발이 다한 것이다. 그는 로열젤리의 성분을 분석해 약효가 약해지는 것과 같은 패턴으로 파괴되는 성분을 찾았고 마침내 한 단백질이 동일한 패턴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사키 박사는 “로열젤리 안에 있는 로열랙틴이라는 단백질은 섭씨 40도에서 한 달이 지나면 완전히 파괴됐다”며 “효과가 없는 로열젤리에 신선한 로열젤리에서 정제한 로열랙틴을 첨가하자 다시 여왕벌로 만드는 힘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 초파리 실험으로 효과 입증돼
일벌들이 여왕벌(가운데)을 둘러싸고 있다. 일벌과 여왕벌은 유전자가 똑같지만 로열젤리를 얼마나 오랫동안 먹느냐에 따라 몸의 구조가 달라진다. 아이스톡포토(iStockphot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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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로열젤리와 프로폴리스::
로열젤리는 보관을 잘못하면 금방 변한다. 충북대 식물의학과 김길하 교수는 “로열젤리는 채취한 뒤 바로 냉장보관해야 하지만 벌집 안에서는 오랫동안 둬도 변질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로폴리스(propolis)라는 물질의 작용 때문이다. 프로폴리스는 벌이 식물의 수지(樹脂)를 모아 만든 물질로 벌집의 빈틈을 메우는 데 쓴다. 항미생물,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 최근 건강보조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