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신노조는 2005년 공무원노동조합법이 제정되기 훨씬 이전인 1958년 설립돼 노동 3권이 모두 보장되는 유일한 공무원노조다. 이항구 체신노조 위원장(57)은 “파업을 안 한다는 이유로 어용이라 보는 사람도 있다”며 “파업을 하면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그 대신 줄기찬 협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에는 정부에 1998년 외환위기 때 줄어든 인력 4000여 명을 충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신고도 하고 대국민 호소문을 작성하는 등 파업 직전까지만 수위를 높였고 결국 2003년부터 3년 동안 단계적으로 3000명을 증원하는 성과를 냈다.
그렇다고 노조가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 3562개 우체국에서 2만6543명이 근무하는데 매년 집배원이 배달 도중 교통사고로 숨지는 등 재해가 적지 않다. 지난해에는 사망 2명, 중상 11명, 경상 162명이었다. 큰 피해지만 그나마 정부가 개선방안에 합의해 전년도의 사망 3명, 중상 150명, 경상 222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집배원 1명이 오토바이로 2500∼3000통의 우편물을 하루에 배달하는 격무가 낳은 결과. 이렇다 보니 청년들의 입사 희망도 줄었고 결국 직원 평균 연령이 47세 이르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체신노조는 사용자인 지경부뿐 아니라 행정안전부와도 수시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정원을 늘리거나 새로운 직종을 만드는 일은 정부조직 개편과 다름없기 때문에 이를 관할하는 행안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단체행동권이 있는 노조라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엉뚱한 정치적 요구가 없고 법 규정에 맞는 요구를 하기 때문에 협상 결과가 좋다”고 평가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