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그러나 ‘이공계 기피’ 현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가장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공계 분야를 기피하는 현상은 1990년대 중반부터 나타났다. 특히 “내 자식은 이공계에 보내지 않는다”는 대전 대덕연구단지 연구원들의 말이 퍼져 전국적인 풍조가 되었다. 고등학교에서 이과 반은 급격히 줄었고 이공계 대학원은 정원을 채우지 못할 정도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리고 연구 환경 개선에 나섰다. 이공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유학을 보내주기도 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없다. 뭔가 처방이 잘못된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는 국제적으로 경쟁하는 분야다. A급 인력을 내세워야지, B급 인력이 나가면 싸워볼 것도 없다. 월드컵 축구에 B급 선수를 내보내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은 ‘과학기술 월드컵’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나는 이제 생각을 바꿔 투자할 것을 제안하다. 이공계 기피의 근원은 연구소 연구원들이 자신들의 진로 선택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아무리 장학금을 주고 좋은 소리를 해도 옆집에 사는 연구원 아저씨가 초라해 보이면 소용없다.
의사와 변호사 직업을 왜 선호하는가. 큰 원인은 돈이다. 이공계 인력 문제도 답이 명확하다. 일 잘하는 연구원도 돈을 많이 벌게 해주면 된다. 대학교수에 비해 정년이 짧고 연금도 안 되는데 자식에게 그 길을 권할 연구원은 없다.
나는 이 문제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매년 약 1조 원을 연구개발에 추가로 투자하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이 추가 투자비의 10%만 연구원의 인센티브로 지급하더라도 이공계 기피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인센티브로 지급할 예산을 추가로 배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배정한 예산 중에서 10%를 처우 개선에 쓰라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우수 인력 확보 방안이 없는 과학벨트는 ‘모래성’이 될 것이다. 우수 인력이 없는데 무슨 첨단연구를 한다는 말인가. 이공계 기피 문제는 현재 연구원들이 만족해 자식에게 자신의 길을 권하기 전에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혹시 오해하지 않을까 해서 사족 하나 붙이고자 한다. 나는 연구원이 아니다. 연구원 처우가 개선된다고 해도 나는 그것과 상관이 없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