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16회 ‘바다의 날’ 한반도 해양쓰레기 실태
○ 하수 가축분뇨 준설토 등 해양 투기
동아일보가 국토해양부와 해양경찰, 환경운동연합 등의 해양 폐기물 배출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무려 462만9000t의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졌다. 이는 2009년(543만3000t)보다 80만 t가량 감소한 수치지만 여전히 엄청난 양이다. 한국인 1명이 1년간 100kg 내외의 쓰레기를 바다에만 버린 셈이기 때문.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는 하수 및 폐수 처리장에서 나온 각종 찌꺼기, 가축이나 인간의 분뇨,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오는 음·폐수, 수산물 쓰레기, 준설토 등으로 다양하다.
광고 로드중
○ 위해성 기준 부합하면 합법적 해양투기 가능
바다에 일부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합법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자체 등을 통해 모아진 폐기물은 검사과정에서 중금속 농도, 독성 여부 등 25개 항목별 위해성 기준을 넘지 않을 경우 해양환경관리법에 따라 바다에 버릴 수 있다.
그러나 아무 해양에나 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양환경관리법에 따라 동해 2곳, 서해 1곳 등 총 3곳의 지정해역에만 버려야 한다. 지정해역은 △경북 포항에서 동북쪽으로 125km 떨어진 ‘동해 병’ 해역 △전북 군산 서쪽 200km 지점의 ‘서해 병’ 해역 △울산 동남쪽으로 63km 떨어진 ‘동해 정’ 해역이다.
지난해 해양투기 폐기물 통계를 보면 동해 병에 266만 t, 서해 병에 136만 t, 동해 정에 59만 t의 쓰레기가 버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동해 병에는 전체 폐기물의 60%, 서해 병은 27%, 동해 정은 13%가량이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바다에 쓰레기를 많이 버린 지역을 분석해보니 인천(137만7000t), 경남 통영(85만3000t), 울산(55만3000t), 경북 포항(54만9000t) 순이었다. 이들 4곳의 배출량이 전체의 74.7%나 됐다.
광고 로드중
환경전문가들은 “위해성 기준 이하의 쓰레기라도 계속 바다에 버리다 보면 환경이 크게 훼손된다”고 경고했다. 산업폐수의 경우 납 구리 아연 등 몸에 해로운 중금속이 다량으로 들어 있다. 음·폐수가 너무 많이 바다에 버려지면 플랑크톤이 대량으로 번식해 적조현상이 나타난다. 바다가 오염되면 물고기 등 생선과 해산물도 오염되고 이를 먹는 인간의 몸에도 유해물질이 쌓이게 된다. 한국해양연구원의 투기해역 오염 모니터링에 따르면 동해 병 해역의 53%, 서해 병 해역의 20%가량에서 오염이 심화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런던협약 가입국 중 폐기물을 다량으로 바다에 버리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런던협약은 해양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72년 만들어진 국제협약으로 86개국이 가입해 있다. 런던협약에 따라 쓰레기 해양투기를 금지한 런던의정서가 1996년 채택돼 2006년부터 발효 중이다.
주요 선진국은 대부분 육상쓰레기는 땅 위에서 처리하고 바다에는 해양준설물 등 독성이 없는 물질만 버린다. 더구나 미국은 1992년, 영국은 1999년, 일본은 2007년에 각종 쓰레기의 해양투기를 중단했다. 한국의 경우 2009년 런던의정서에 가입하면서 2012년부터 하수 슬러지와 가축 분뇨의 해양투기를 중단해야 한다. 또 2013년부터 음식폐기물의 해양투기가 금지된다.
문제는 2013년이 지나도 산업폐수, 분뇨 해양투기는 특정 국제협약이나 법적 제재 기준이 없어 계속 허용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연간 100만 t 이상의 폐기물이 계속 바다에 버려지게 된다.
광고 로드중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