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만 매출 150억원성낙양 두산동아 CEO
하지만 성 대표를 채용한 두산그룹의 생각은 달랐다. 1985년 사들인 동아출판사는 적자를 보고 있었다. 정상화하려면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성 대표는 “아날로그 출판사를 디지털 시대에 적응시키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처음 출근해보니 야후가 즐겁고 활기찬 놀이동산이라면 두산동아는 도서관이었다”고 했다. 두산그룹은 도서관을 놀이동산처럼 만들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성 대표는 반대의 길을 택했다.
디지털로 방향을 잡긴 했다. 하지만 ‘학부모를 위한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재미있는 전자 참고서’ ‘즐기며 배우는 디지털 콘텐츠’식의 기획안은 다 거절했다. 그는 엔지니어와 협력사에 “우리는 부모에게 인정받을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 생각이면 게임회사로 가라”고 선언했다. 도서관 같은 분위기가 장점이라고 본 것이다.
예컨대 경쟁업체는 ‘제 살 깎아먹기’라며 우려하던 전자사전 제작에 속도를 냈다. 영어 국어사전은 물론이고 몽골어 베트남어 등 수요가 적은 것까지 전자사전으로 만들었다. 종이로 찍는다면 재고 때문에 골치 아플 제2, 제3 외국어 사전이지만 인터넷과 온라인에서는 재고비용이 ‘0’이기 때문에 좋은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렇게 만든 전자책과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은 지금까지 283종. 올해 말이면 1000종을 넘어선다. 두산동아는 지난해 전자책과 스마트폰용 앱, e러닝 등 디지털 콘텐츠로만 150억 원을 벌었다. 전체 출판 매출(약 1400억 원)의 10%가 넘는다. 국내 전자책 시장에서는 두산동아가 독보적이다.
성 대표는 “야후에서 배운 디지털 기술은 아날로그 세상을 대체하는 대신 보완하는 것이었다”며 “부모가 맘 놓고 ‘두산동아 콘텐츠라면 우리 아이에게 믿고 보여준다’고 생각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