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최근 구속된 경남 모 대학 강모 교수도 완전 범죄를 노린 듯하다. 국내 명문대를 졸업한 강 씨는 컴퓨터범죄 전문가로 검경 사이버범죄 전문위원과 한국컴퓨터범죄연구학회 회장을 지냈다. 그는 전문 지식을 활용해 아내와 만나는 장소와 시신을 운반하는 길을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으로 골랐다. 범행 날짜를 산행모임 회식이 있던 날로 잡아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내연녀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없애기 위해 서울의 카카오톡 본사를 방문해 메시지를 삭제했다. 그리고 아내가 실종됐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강 씨의 범죄는 ‘양식 없는 지식’의 위험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미궁에 빠질 뻔한 그의 범행은 시신이 담긴 가방이 물 위로 떠오르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시신을 담은 가방을 구입하는 장면은 매장 CCTV에 찍혔고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는 경찰이 복구해냈다. 강 씨는 시신을 낙동강 하구언에 버리면서 바다로 떠내려 갈 줄 알았으나 그의 예측과는 달리 시신은 역물살을 타고 강물 위에서 발견됐다.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의 시신은 그냥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떠올라 한풀이를 위한 단서를 제공하는 사례가 많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