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는 힐러리 경에게, 77호는 엄홍길에게
로열 살루트 50년.
그 뒤 반세기가 흐른 2003년 6월. 시바스 브러더스는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50주년을 맞아 특별한 위스키를 만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255병만을 한정 생산한 ‘로열 살루트 50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시바스 브러더스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 50주년 10년 전인 1993년, 40년 이상 숙성된 원액만을 모아 특별한 블렌딩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렇게 블렌딩 된 원액을 다시 10년 동안 ‘코로네이션 캐스크’ 오크통에 담아 숙성시켜 로열 살루트 50년을 만들었다. 콜린 스캇 로열 살루트 마스터 블렌더는 “이런 블렌딩은 스카치위스키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예술”이라며 “위대한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시바스 브러더스의 장인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라벨도 화려하다. 로열 살루트 50년 라벨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왕실 사자가 정통 예포를 양 옆에서 지키는 모양이 장식돼 있다. 수공예로 순은과 순금을 이용해 만든 이 라벨은 보는 이의 마음을 빼앗는다. 마개 역시 순금과 순은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각 병에는 고유 번호를 새겨 희소성을 더하고 명품의 품격과 권위를 입혔다.
위스키 자체의 가치도 뛰어나다. 풍부한 과일 향과 부드러운 스모키 너트 향이 조화를 이뤄 어떤 위스키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상의 맛을 자랑한다.
‘최고의 명예와 성공에 바치는 최고의 찬사’라는 의미에 걸맞게 위스키 주인도 화려하다. 시바스 브러더스는 2003년 이 위스키 1호를 1953년 세계 최초로 당시 인간 도전의 한계로 여겨졌던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한 에드문트 힐러리 경에게 헌정했다.
국내에도 이 최고의 위스키를 헌정 받은 인물이 있다. 한국인 최초 히말라야 8000m 고봉 14좌를 차례로 정복한 산악인 엄홍길 씨가 주인공이다. 로열 살루트는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높이 사 ‘로열 살루트 장인상’과 함께 로열 살루트 50년 77호를 2003년 엄 씨에게 헌정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