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분야 석학 아이켄그린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26일 한국은행 국제콘퍼런스에서 “금융위기는 또 올 수 있지만 양상은 이전의 위기와는 다를 것”이라며 ‘맞춤형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DB
아이켄그린 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2011 한은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역사적으로 위기는 약 4년마다 왔다”며 “다음 위기는 (서브프라임 리스크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외환보유액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선물환 규제 등 자본유출입 규제를 도입한 한국은 큰 진전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6월 말 종료되는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와 관련해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양적 완화 조치의 종료는 합리적”이라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자본흐름이 바뀔 수 있지만 내년 말까지는 이에 대비할 시간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앙은행의 감독기능 강화에 대해서는 감독기관 간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한 기관이 금융감독권을 행사하고 다른 기관에서 긴급대출을 했을 때 충분히 소통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며 “영국도 영국은행과 금융감독청의 소통 부족으로 대량 예금인출(뱅크런)이 발생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체계 자체는 분리하기보다는 한국처럼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은행, 증권 등으로 감독체계가 분리될 경우 개별 금융기관이 감독이나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기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선임에 대해서는 “차기 총재가 유럽 출신이든 신흥국 출신이든 상관없다”며 “다만 그리스 채무조정 등 큰 현안이 있는 만큼 충분한 자격을 갖춘 후보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통화시스템의 변화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달러화, 유로화와 더불어 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한국으로선 달러화의 대안으로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어 불리할 것은 없다”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