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단순 제초제라고 설명 듣고 손으로 뿌려”
1971년 비무장지대에 살포된 고엽제. 녹색연합 제공
녹색연합은 25일 “최근 강원 철원군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지역에 사는 주민 권모 씨(73)와의 인터뷰를 통해 1960년대 말∼1970년대 초 이뤄진 DMZ 내 고엽제 살포 작업에 민간인이 동원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권 씨는 1971년부터 DMZ 시야 확보를 위한 불모지 작업 과정에서 고엽제 살포 작업에 수차례 동원됐다. 권 씨는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971년 봄부터 이듬해까지 목책 주변에 풀이 자라날 때마다 지역 군부대로부터 작업 지원 요청이 들어와 지역 주민 20여 명이 동원됐다”고 말했다. 권 씨에 따르면 당시 고엽제는 드럼통이 아닌 포대 자루에 담겨 있었고 표면에는 ‘취급주의 및 위험’ 표시와 해골 그림 등이 그려져 있었다는 것. 권 씨는 “나를 비롯해 주민들 누구도 고엽제인 줄 몰랐고 단순히 풀 없애는 약이라는 설명만 들었다”며 “이 때문에 별 의심 없이 장갑 등 보호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고엽제를 뿌렸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는 미군이 나와 고엽제 이동 과정 살포를 감시했다고 권 씨는 전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