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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유재학 감독 “코트선 운보다 땀으로 말할 것”

입력 | 2011-05-26 03:00:00

평창 전훈서 첫 홀인원
새벽 기상… 산악구보 등 하루 4번 강훈 “주전-비주전 없이… 근성의 농구 할 것”




평창에 훈련 캠프를 차린 모비스 선수들이 가파른 산길을 달리며 하체 근력을 단련하고 있다. 이들은 오전 6시 15분 새벽 구보를 시작으로 밤늦게까지 하루 4차례의 강훈련을 소화해 내고 있다. 점프볼 제공

“어어∼. 와!”

강원 평창 휘닉스파크GC 8번홀(파3). 130야드에 티박스와 그린의 표고차가 15m 이상 나는 내리막 홀이었다. 9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그린을 두 차례 튕기더니 또르르 굴러가 홀 안으로 사라졌다. 평생 한 번 하기 힘들다는 홀인원의 주인공은 프로농구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었다.

유 감독은 지난주 2주 일정으로 선수들과 전지훈련을 왔다가 월요일인 23일 오전 쉬는 시간에 모처럼 코칭스태프, 프런트 직원과 라운드를 했다. “바람이나 쐬려고 나왔는데 덜컥 이런 일이 일어났네요. 뭔가 좋은 일이 생기려는 걸까요.” 유 감독의 운은 당장 동반자에게 전파됐다. 홀인원한 홀에서 임근배 코치는 벙커샷 버디를 낚았고 이동훈 운영팀장은 10m도 넘는 거리의 칩인 버디를 성공시켰다.

유 감독은 구력 15년이지만 연습할 시간이 없어 평균 스코어는 90대 후반이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아마추어 골퍼의 홀인원 확률은 1만2000분의 1로 알려졌다. 홀인원하면 3년 동안 재수가 좋다는 말이 있다고 하자 유 감독은 “새로운 도약이 절실한 시즌을 앞두고 활력소가 되기를 바란다. 사실 운보다 땀이 중요한 것 아니냐”며 웃었다.

모비스는 이번에 처음 평창에 훈련 캠프를 차렸다. 2년 연속 정규시즌 정상에 오른 뒤 지난 시즌 주전 입대와 이적으로 8위에 그쳐 분위기를 바꿔 보려 했다. 탄탄한 조직력과 강인한 체력으로 더욱 끈끈한 팀 컬러를 갖추기 위해 오전 6시 15분 새벽 구보를 시작으로 하루 4차례 훈련이 밤늦도록 이어진다. 볼 감각을 키우기 위해 드리블하며 트랙을 돌고 스키장 슬로프 오르기, 산악 달리기, 슈팅 등을 하다 보면 선수들의 몸은 늘 파김치지만 표정만큼은 어느새 자신감이 흐르고 있다. ‘어린 왕자’ 김동우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삶의 기로에 서 있을 만큼 고되다. 그래도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으로 단잠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경희대 출신 슈팅가드 이지원과 파워포워드 김동량 등 신인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수확이었다.

유 감독은 “경험 많은 선수가 적다 보니 주전과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많이 뛰어야 한다. 체력과 부상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 근성과 투지 넘치는 농구를 펼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