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키친’ 무대 ★★★★ 대본 ★★★ 연기 ★★★ 연출 ★★★
연극 ‘키친’은 무대를 가득 채운 30명 가까운 배우가 동시에 움직이며 역동적인 무대를 보여준다. 국립극단 제공
원작은 ‘연극은 사회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사회적 정치적 함의가 풍부한 사회극을 무대에 올렸던 영국 극작가 아널드 웨스커의 희곡. 웨스커 씨는 1950년대 후반 영국 노동자 계급 사회의 풍경을 상징적으로 풀어낼 공간으로 자신이 요리사로도 일해 잘 아는 장소, ‘주방’을 선택했다.
무대는 영국의 대형 레스토랑 ‘티볼리’의 주방. 영국, 독일, 아일랜드, 키프로스,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적의 요리사들이 모여 있다. 지난해 TV 드라마 ‘이웃집 웬수’에 나왔던 이탈리아 식당 주방 같은 낭만적 공간이 아니다. 조리기구에서 뿜어내는 열기로 숨이 턱턱 막히지만 피할 데도 없는 폐쇄된 공간. 30명에 가까운 배우들이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움직이며 밀려드는 주문을 처리하는 점심시간의 주방 풍경은 이 연극의 백미. 사실적인 한편 배우들의 수많은 동선과 동작들이 모두 의도되고 연출됐다는 점에서 연극적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공이 들었을 이 장면으로 관객에게 볼거리를 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안타깝게도 극 전체에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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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 6월 12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2만∼3만 원. 02-3279-2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