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억척가’ 연기 ★★★★☆ 소리 ★★★★☆ 사설(대본) ★★★★ 연출 ★★★★
이자람은 소리꾼이지만 표정과 동작만으로도 무대를 휘어잡는 뛰어난 배우이기도 하다. 1인15역을 소화한 ‘억척가’에서그의 팔색조 연기는 빛을 발한다.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집행위원회 제공
2009년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모두 호평을 받은 ‘사천가’에 이어 이번에도 이 씨가 직접 사설을 쓰고 작창하고 극 중 모든 등장인물을 소화한 ‘억척가(남인우 연출)’는 20일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 무대에서 대중 콘서트 못지않은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관객들은 막이 내린 뒤 다섯 차례의 커튼콜에 이어 마지막엔 기립 박수까지 보냈다.
러닝타임은 중간 휴식 15분을 포함해 2시간 20분. 하지만 몰입도가 높아 ‘언제 시간이 이렇게 갔나’ 신기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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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鼓手)와 소리꾼 단 두 명으로 이뤄진 기존 판소리 무대와 달리 장혁조 김홍식 이향하 3명의 연주자가 북, 장구, 꽹과리 등 전통 악기에 아프리카 타악기, 기타, 베이스 기타까지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며 공연에 입체감을 불어넣었다. 병풍 하나를 뒤에 세워 놓는 기존 판소리의 담백한 무대 대신 2단으로 이뤄진 입체적 무대와 뒤에 친 장막도 무대의 일부로 사용해 부피를 키웠다.
그러나 재미의 가장 큰 원천은 역시 잘 만든 대사와 빼어난 연기, 깊은 감정까지 이끌어 내는 판소리 창법에서 나왔다. 이 씨는 죽음을 앞두고 공포에 휩싸인 아들, 자식을 잃고 오열하는 억척네, 거드름을 피우는 장군, 교태가 넘치는 뺑어멈 등 다양한 캐릭터로 순간순간 모습을 달리해 감탄을 자아냈다. 판소리 특유의 리듬감 덕분에 가사의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올 뿐 아니라 배 속 깊은 데서 끌어내는 듯 깊은 소리는 특히 슬픔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더없이 적합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 올해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5월 10∼27일)에서 20∼22일 처음 선보였고 다음 달 14∼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다시 공연한다. 4만 원.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