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주요 유연탄광 운영업체인 바얀리소스가 발릭파판에서 운영하는 석탄터미널. 이 터미널을 거쳐 발전용 유연탄이 해외로 운송된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전 세계 교역량의 40%에 달하는 2억8700만 t의 발전용 유연탄을 수출했다. 발릭파판(인도네시아)=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인도네시아 주요 광산업체인 바얀리소스의 킴화 렁 이사는 19일 자카르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세계 4위의 인구대국(2억3000만 명)이자 국내총생산(GDP) 7148억 달러인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자원과 인프라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한 촌평이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전 세계 교역량의 40%(2억8700만 t)에 달하는 발전용 유연탄을 수출한 것은 물론이고 주석(생산량 기준 세계 2위)과 니켈(5위), 금(7위), 천연가스(6위) 등 각종 자원이 풍부하다. 또 2004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정치가 안정되면서 연간 6%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자 17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자원과 인프라 부문을 포함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경제개발 마스터플랜’에 한국이 적극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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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가격·속도전으로 ‘싹쓸이’
요즘 인도네시아의 외국계 기업들 사이에선 이 나라 최대 민자 발전사업(IPP)에서 일어난 극적인 ‘반전(反轉)’이 화제다. 총 20억 달러가 투입되는 중부 자바의 석탄 화력발전소(1000MW급 2기) 수주전에서 중국 업체 두 곳이 도쿄(東京)전력 등 일본 컨소시엄을 누르고 본입찰 대상(총 4개)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본입찰에선 가격요소가 중요하기 때문에 일본 업체들이 오히려 위기에 몰린 상황”이라고 했다. 한전은 대지진으로 중도에 입찰을 포기한 일본전력 대신 참여하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중국과 일본 기업들의 견제에 부닥쳤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개발에서도 중국의 활약은 눈부시다.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페트로차이나는 2002년 현지 업체인 데본 에너지를 인수하면서 인도네시아 유전 세 곳에서 매일 6만3000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국영 석유회사인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도 인도네시아 유전지분을 5억8500만 달러에 사들인 데 이어 ‘탕구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도 총 30억 달러를 투자했다.
중국은 가격경쟁력뿐만 아니라 속도 면에서도 다른 나라를 앞서고 있다. 2004년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이 첫 직선제 대선에서 승리할 당시 중국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렸다. 그 결과 경제성장이 본격화된 2006∼2007년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주한 총 8건의 화력발전 사업을 중국 기업들이 모두 따낼 수 있었다.
○ 일본은 자본과 기술 앞서, 한국은 이제 막 뛰어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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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탄탄한 정보력도 큰 자산이다. 탄광업체인 키데코 이창훈 본부장은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인도네시아를 식민 지배하면서 상당한 규모의 자원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자국 기업들끼리 이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DB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인도네시아 자원과 인프라 사업에 이제 막 진출하는 단계다. 한국전력과 발전회사 등이 민자 발전사업(IPP)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고, 한전은 관련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다음 달에 현지 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그나마 한국 탄광업체 ‘삼탄’의 계열사인 키데코가 1980년대에 진출해 인도네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유연탄광을 운영하고 있다. 자원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기술과 자본력, 가격경쟁력 등에서 중국과 일본에 낀 샌드위치 상태”라며 “자원개발 인력을 서둘러 육성하고 정책금융을 강화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카르타=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