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민병욱의 민초통신 33/민병욱 지음/328쪽·1만5000원·나남
책에는 흘러간 생활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1981년 ‘사라져가는 풍물’ 취재 때 저자는 재래식 굴뚝청소부를 만났다. 이미 그 당시에도 찾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굴뚝청소부를 북촌마을에서 어렵게 만난 일, 그의 하루 일정을 함께하고 인생 이야기를 들었던 일, 취재 당시의 분위기 등을 세밀하게 기록했다.
1970년대 ‘다방’ 이야기도 재미있다. 당시 차 한 잔을 시켜 놓고 몇 시간을 죽치던 손님을 쫓아냈다고 고발 기사가 실리고 기자들도 출근하면서 달걀노른자를 띄운 모닝커피를 마시고 일을 시작할 정도로 전 국민의 아지트였다. 하지만 자동판매기와 오디오의 보급으로 1980년대 급격히 수가 줄었다고 회상했다.
모두 33편의 글로 구성된 책의 내용은 저자가 포털 사이트 네이버 캐스트에서 ‘옛날 신문-그 시절 그 이야기’란 제목으로 2008년 8월부터 연재했던 것을 엮은 것이다. 인터넷 댓글도 함께 소개해 당시 사회상에 대한 다른 이의 생각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우리 기억에서 사라진 삶의 순간, 조각난 편린을 하나하나 맞춰보자는 생각에 글을 썼다”고 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