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망 수준의 개념
DBR 그래픽
하지만 실제 인간의 만족도는 이렇게 단순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이 100점 만점의 시험에서 한 번은 89점, 다른 한 번은 91점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통계학적으로 89점과 91점은 별 차이를 찾기 힘들 정도로 유사한 점수다. 그런데 시험 성적에 대한 그의 열망 수준이 90점이라면 어떨까. 불과 2점 차이지만 이 사람은 89점을 받으면 시험을 못 쳤다고 느끼고, 91점을 받으면 잘 쳤다고 여긴다.
이처럼 열망 수준의 충족 여부는 인간의 행동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마치 교수는 “열망 수준이 90점인 사람이 시험에서 91점을 받으면 과거에 공부하던 방식을 유지하지만 89점을 받으면 과거의 방식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해결책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 열망 수준과 문제 해결형 탐색
첫째, 여유 자원 기반 탐색(slack search)이다. 유휴 자원이 풍부할 때 이를 활용하기 위해 신사업 진출과 같은 혁신 행동을 하는 상태다. 둘째, 조직 성과에 따른 혁신 행동인 문제 해결형 탐색이다. 이는 조직의 성과가 당초 열망 수준보다 낮을 때 조직이 이에 만족하지 못해 다양한 혁신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열망 수준이 높은 사람과 조직은 웬만한 성과에는 만족하지 못한다. 당연히 불만족을 느낄 확률도 높아지고, 그 불만족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에 매달린다.
열망 수준 이론은 1950년대 이후 경영학 거시 조직이론의 핵심 화두로 존재하고 있다. 미국의 인지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베르스키 교수는 열망 수준의 개념을 더욱 발전시켰다. 이들은 인간이 어떤 결과를 이익으로 인식하느냐, 손실로 인식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위험 감수 태도가 확 달라진다는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을 연구해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 맥시멈 열망 수준이 중요한 이유
이에 따라 많은 경영 전문가는 적정 눈높이의 열망 수준을 지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크게 어렵지 않은 목표를 반복적으로 달성해 조직 전체가 승리 습관(winning habit)을 체득하라고 조언한다. 물론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적정 눈높이의 열망 수준만 추구하는 건 상당한 위험도 낳는다.
국내 눈높이의 열망 수준을 가진 로컬 기업들과 국제적 눈높이를 지닌 글로벌 기업들이 서로 분리돼 경쟁을 펼치던 20세기에는 국내 시장에 적합한 역량을 지닌 기업들이 국내 최고가 되겠다는 열망 수준을 갖는 게 바람직했다. 위험과 스트레스가 적었고, 목표 달성에 따른 성취감도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경의 의미가 옅어지고, 로컬 기업들과 글로벌 기업들이 뒤섞여 싸우는 21세기에는 글로벌 최고의 맥시멈 열망 수준을 가진 기업들 이외에는 모두가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과 비영리 조직을 막론한 많은 한국의 리더는 이런 맥시멈 열망 수준을 조직 구성원들에게 심어주지 못했다. 주어진 영역에서 실패 없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과업을 수행하는 단기 성과주의만 강요해 왔다. 이는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글로벌 최고에 도전하는 과감하고도 창조적인 혁신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기업이 단기 실적에만 집착하는 근시안적 경영을 펼치고, 젊은 학생들이 학점과 스펙 챙기기에만 급급하며, 승진 점수 채우기에 혈안이 된 교수들이 누구도 읽지 않는 논문만 양산하는 이유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종종 ‘여러분의 경쟁자, 즉 비교대상 열망 수준은 스티브 잡스다. 한판 붙었다가 크게 무너져도 좋으니 잡스를 꺾을 방안을 생각해 오라’고 강조한다. 기업 CEO를 비롯한 정부, 대학, 공공기관 등 모든 조직의 리더들도 자신의 조직원들이 실패를 겁내지 않고, 세계로 나가 끝까지 도전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내도록 이들을 독려해야 한다.
정리=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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