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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昔者에 竊聞之하니…

입력 | 2011-05-17 03:00:00


‘맹자’ ‘공손추·상’ 제2장의 계속이다. 맹자는 제자 公孫丑(공손추)의 질문을 받아 不動心의 종류에 대해 강론하고 스스로 특장으로 삼고 있는 善養浩然之氣(선양호연지기·호연지기를 잘 기름)와 知言(지언·말을 앎)의 일을 논했다. 그러자 공손추는 맹자가 知言을 하고 또 養氣를 잘하므로 언어와 덕행을 兼全(겸전)하고 있는 성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맹자는 공자도 성인을 자처하지 않았거늘 공자를 배우는 자신이 어찌 성인을 자처할 수 있겠느냐고, 공손추의 논평을 부인했다.

그러자 공손추는 맹자에게, 공자 문하의 여러 제자 가운데 어떤 반열에 속한다고 생각하시느냐고 물었다. 공자의 제자들은 크게 보아, 성인 공자의 일부분을 지닌 자하, 자유, 자장과 성인의 전체를 갖추되 미약한 염우, 민자, 안연의 두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공손추의 이 질문에 대해, 맹자는 그 몇 분이 이른 경지를 자처하고 싶지 않았기에 ‘잠시 이 문제를 버려두라’고 대답했다.

竊聞之는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라는 謙語(겸어)로, 竊은 ‘가만히, 사적으로’라는 뜻이다. 有聖人之一體는 성인의 한 肢體(지체)를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具體而微는 성인의 肢體를 모두 갖추고 있되 廣大(광대)하지 못하고 왜소하다는 말이다. 敢問所安의 敢問은 尊者(존자)에게 여쭐 때 사용하는 상투적인 표현이다. 所安은 ‘이런 정도면 괜찮다고 여겨 편안히 자처하시는 바’란 뜻이다. 姑舍是의 舍는 버릴 捨(사)와 같다.

스승만 한 제자가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위대한 스승의 문하에서는 스승의 일부를 계승한 제자들이나 스승의 학덕을 미약하지만 모두 갖추고 있는 제자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보다 못하다면 스승의 累(누)가 될 뿐이다. 나는 과연 어떤 제자인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