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는 國富 인식한 최초의 대통령”… “경제발전 공적으로 독재 덮을 순 없어”
한국정치외교사학회는 5·16군사정변 50주년을 맞아 박정희 정권의 근대화 노선을 평가하는 학술대회를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했다. 왼쪽부터 신복룡 건국대 교수, 정일준 고려대 교수, 김영작 이종은 국민대 교수, 김세중 연세대 교수.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5·16군사정변 50주년을 맞아 한국정치외교사학회가 1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5·16과 박정희 근대화 노선의 비교사적 조명’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근대화 정책의 사상적 기반과 경제적 성과를 학술적으로 조명하는 자리였다.
신 교수는 ‘박정희의 민족중흥 논리의 사상적 기원’을 발표했다. 그는 “박정희는 일분 군국주의를 통해 전수된 프러시아적 우국심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국가 건설 단계에서 국부(國富)를 인식한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인식이 경제 발전의 기초가 됐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독재가 가능했던 요인을 분석했다. 그는 “박정희의 경제적 민족주의 배후에는 역설적으로 사회주의적 사고가 깔려 있다. 정치의 효과와 속도를 중시했던 그는 생리적으로 의회를 싫어했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며 “그럼에도 그의 권위주의가 친화력을 갖게 된 것은 기이한 일”이라고 보았다. 이와 관련해 신 교수는 “10월유신에 대한 자발적 동참은 외형적으로 빈곤 탈출과 경제성장으로 인한 황홀감이었고 내면적으로는 마조히즘적 자족감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영훈 서울대 교수는 ‘박정희 정부의 경제발전 정책의 성과와 의미―동시대 개도국과의 비교’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군인 쿠데타 세력이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역사적으로 축적되어 온 성장의 잠재력이 컸기 때문”이라고 전제했다. 또한 개발의 노선과 정책을 올바르게 충고할 수 있는 우수한 기업집단을 만난 점, 군인 출신 정치인들이 강력한 개발 의지를 지니고 있었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김은경 인하대 교수는 음악정책을 통해 박정희 정권의 지배이데올로기를 살폈다. 김 교수는 “박정희가 국악 장려운동, 왜색곡 금지정책 등을 통해 민족성 민족주의를 고취하고 국가적 위상을 정립했으며 이를 정권의 정통성 확립에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김석근 건국대 교수는 ‘박정희와 조국 근대화 노선’ 발표를 통해 “유신체제는 정말 불가피한 것이었나. 정치는 어디까지나 책임윤리의 세계”라고 지적했다. 근대화, 경제발전이라는 공적에 경도돼 유신독재라는 과오를 덮어놓을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