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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필 고용부장관 후보자 ‘돈봉투 수수’ 의혹 언론제보 누가?

입력 | 2011-05-12 03:00:00

前부하직원 “난 제보 안했다”




전직 고용노동부 직원이 “이채필 고용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탁성 금품을 수수했다”고 주장했다는 언론보도로 논란이 커진 가운데 정작 당사자는 “나는 제보하지 않았다”고 밝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 후보자가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하면서 이 후보자를 둘러싼 돈봉투 수수의혹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1일 고용부에 따르면 전직 노동부(현 고용부) 민원실 직원(별정직 6급) 김모 씨는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2003년 7월 당시 노동부 총무과장이던 이 후보자에게 ‘나를 민원실장(5급 사무관)으로 승진시켜 달라’며 돈봉투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부인이 경기 안양시 범계역 인근에 위치한 이 후보자 아파트를 찾아가 이 후보자의 부인에게 고급 화장품과 현금 1000만 원이 든 한지상자를 건넸다는 것. 김 씨는 승진이 되지 않자 이 후보자에게 ‘돈을 되돌려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석 달 뒤 노동부 청사 내 총무과장실에서 현금을 돌려받았다고 김 씨는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2003년 말 퇴직했다.

이 후보자는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이 후보자는 11일 통화에서 “김 씨 자신이 우리 집을 방문해 아내에게 봉투를 건넸다”며 “당시 아내가 전달받은 것도 고급 화장품과 현금 1000만원이 들어있는 한지상자가 아니라 ‘과장님이 보실 자료’라는 행정봉투였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봉투를 뜯어보지도 않고 다음 날 김 씨를 총무과장실로 불렀다”며 “김 씨가 오지 않아 아예 김 씨가 근무하는 1층 민원실로 내려가 다른 직원들 앞에서 ‘청탁을 하지 말라’고 훈계하며 봉투를 되돌려줬다”고 설명했다.

또 이 후보자는 “민원실장 자리는 시험을 거쳐야 갈 수 있는 데다 별정직인 김 씨는 응시자격이 없었다”며 “김 씨의 퇴직 경위도 그해가 정년퇴직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고용부 인사계에 확인한 결과 김 씨는 1946년생으로 별정직 근무상한연령(57세)이 되자 2003년 12월 31일 퇴직했다.

또 2003년부터 현재까지 고용부 민원실에서 근무 중인 김모 주무관은 “2003년 여름 이 후보자가 민원실로 내려와 김 씨에게 화를 내면서 노란봉투를 책상 위에 던진 기억이 난다”며 “이 후보자가 ‘왜 이렇게 사느냐’고 말하자 김 씨의 얼굴이 빨개졌다”고 회상했다. 수십 차례의 통화 시도 끝에 11일 오후 11시경 전화를 받은 김 씨는 인사 청탁 건에 대해 묻자 “그런 거 없다. 내가 뭔 상관이냐. 나는 제보 안했다”며 화를 낸 뒤 전화를 끊었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자를 음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후보자는 “김 씨가 가명을 써 언론사에 제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씨와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요청과 명예훼손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