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못 비스듬히 박혀”… 전문가들 “납득하기 어렵다”
1일 경북 문경시 둔덕산에서 십자가에 못박혀 숨진 채 발견된 김모 씨. 최초 목격자 주모 씨가 동아일보에 독점 제공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이날 경북 문경시 농암면 궁기2리 둔덕산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김모 씨(58·경남 창원시 성산구)가 사건 발생 전에 주변을 정리하고 홀로 지냈다는 정황을 추가로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10, 13일 문경시내 한 여관에 혼자서 숙박했고 12, 13일엔 홀로 차량을 몰고 다니는 모습이 문경시와 상주시 관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김 씨의 자필 ‘실행계획서’를 그대로 재연해본 결과 혼자서 자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실행계획서에는 ①발→무릅(무릎의 오기) 묶고, ②○○(성기) 채찍으로 39번, ③허리 묶고, 가슴 묶고, ④떨기(손등 뚫기로 추정), ⑤손 구멍 팔굽(팔꿈치의 오기) 걸고 손 박고 등의 행동 순서가 적혀 있다.
‘십자가 기둥에 등을 붙인 채 발등에 못을 박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은 김 씨의 무릎이 구부러진 것으로 미루어볼 때 스스로 못을 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초 직선으로 박은 것으로 파악됐던 못의 방향(↓)도 혼자서 실행한 것으로 보이는 비스듬한 형태(↙)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현장에서 발견된 다른 못들도 숫돌로 끝이 날카롭게 가공된 점 역시 자살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이후 제기된 여러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우선 김 씨가 발에 박기 쉬운 I자형 못 대신 굳이 ㄱ자형 못을 사용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은 또 김 씨가 손과 발을 못으로 박는 고통을 어떻게 견뎌냈는지에 대한 물음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 씨의 몸에 ‘주저흔’(자살할 때 자해를 주저한 흔적)이 없는 것도 의문이다.
경북대의학전문대학원 채종민 교수(법의학교실)는 “십자가 주검은 일반적인 자살로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며 “부검 결과가 나와 봐야 자살의 구체적인 과정이나 방조자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씨 시신을 처음 발견한 전직 목사 주모 씨(53)는 9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직접 찍은 현장 사진 2장을 공개했다.
문경=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