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우수한 논문 한 편이 더 가치
이런 결과로 과학기술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우리나라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 편수는 1991년 1818편으로 세계 32위 수준에서 2000년 1만2013편으로 16위, 2010년 3만5623편으로 11위로 뛰어올랐다. 해외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이 20년 사이 20배 이상의 양적 증가를 이룬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증가가 질적 우수성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 수백 편의 평이한 논문보다 한 편의 우수한 논문이 더 의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논문의 우수성을 그 논문이 얼마나 많이 인용되는지, 논문이 게재된 학술지가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는지로 또다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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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한국연구재단에서 ‘한국형 SCI’, 즉 KCI를 개발했다. 학술지의 내용과 질적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과학적인 기준과 인용정보 분석을 통해 학문의 동향과 정책 수립을 위한 평가지표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SCI를 제공하는 톰슨로이터사(社)와 협약해 SCI와 KCI의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하려 하고, 이 연계가 완료되면 국내 논문의 글로벌 유통기반이 마련돼 국내 학술지의 세계화가 진전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학술지의 세계화도 노력해야
이제 과학기술 논문의 SCI를 통한 평가뿐 아니라 국내 인문사회 논문도 KCI를 통해 그 질적 수준이 객관적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KCI 제도의 도입으로 우리나라 학술 연구가 또 한 번 비약적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이를 잘 활용하려면 학문적 다양성에 맞춰 학문 영역 간 차이를 고려한 인용지수를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국내 학문적 특성을 반영한 학술지뿐만 아니라 저자 단위, 논문 단위, 기관 단위의 분석을 통해 인용에 기반한 평가지수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객관적 지표의 개발은 학문의 질적 수준 향상을 돕기 위한 보조적 성격에 그쳐야 하고, 이러한 제도의 정비가 또 다른 양적 경쟁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염재호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