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 본격 개입
“위원장님 앉으세요” 18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올해 67세인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9세 연하인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상석을 권하자 행정고시 대선배인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김 위원장이 앉기를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어윤대 KB금융 회장, 강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김 위원장과 이 회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비 오는 날 우산 빼앗지 말라”
18일 5개 금융지주 회장을 상대로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한 발언을 요약하면 ‘비 오는 날 우산을 뺏는 은행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의 법적 근거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들은 은행을 믿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로 직행하고, 은행들은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며 대출 회수에 나서는 현 상황에 경고를 한 것이다.
○ 삼부토건 법정관리 철회할까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개입하면서 난항을 겪던 채권단과 삼부토건의 자금 지원 협상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채권금융회사로 구성된 대주단은 삼부토건에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마다르네상스호텔을 담보로 제공할 경우 6000억∼7000억 원 수준의 자금을 수혈해 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삼부토건은 호텔의 담보가치인 8000억∼9000억 원 수준의 대출을 요구했으나 은행들이 비용 등을 빼고 7000억 원 이내의 자금만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대주단 관계자는 “신규 자금을 지원해주고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는 대가로 삼부토건이 호텔을 담보로 내놓고 법정관리를 철회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건설협회는 “2008년 도입한 대주단 제도를 건설업체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대주단 제도 보완 등을 포함한 건설사 지원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 ‘PF 배드뱅크’ 상반기 출범
4월 국회에서 기촉법이 재입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구조조정을 둘러싼 건설업계와 채권단의 갈등도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기촉법에서는 기업의 의사와 관계없이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로만 워크아웃을 개시할 수 있었지만 새 기촉법에서는 기업의 신청에 의해서만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