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과정 시연하는 장인 4명 인터뷰
《전통의복 하면 한복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모자와 신발도 옷만큼이나 중요한 의복의 구성요소다. 국립민속박물관이 20일부터 6월 13일까지 ‘머리에서 발끝까지-모자와 신발 특별전’을 연다.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모자와 신발의 변천사, 속담·전설·그림 속 모자와 신발 이야기를 담았다. 전통 모자와 신발 제작 시연회도 볼 수 있다. 시연을 펼칠 장인 4명을 만났다.》
‘갓’ 무형문화재 박창영 씨
무관들이 쓰는 주립. 박창영 씨 작품.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중요무형문화재 제4호 입자장(笠子匠) 박창영 씨(68·사진)는 50년 넘게 갓을 만들었다. 고향집은 어려서부터 ‘갓방’을 했다. “우리 마을서 갓을 떼다 통영과 안동에 팔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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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사대부들은 갓을 소중히 모셨다. “한복 두루마기에 갓을 써야만 풍채가 나는 거라. 비 오면 비 맞지 말라고 ‘갈모’를 덮어썼고, 애들이 손댈까 봐 갓집을 높이 걸어놓고 보관했죠. 옷보다 중하면 중했지, 못하지는 않았어.”
족두리-화관 장인 박성호 씨
화관(앞)과 족두리. 박성호 씨 작품.
‘서울시 사라져가는 문화재’ 관모장 박성호 씨(75·사진)는 전통혼례 때 쓸 족두리와 화관을 만들어왔다. “어디 가서 배울 데도 없으니 옛날 어르신들 만든 거랑 유물 보고 재주를 익혔어요.” 벌써 40년째다.
합지(合紙)로 관의 틀을 만들고 공단을 바른 뒤 안에 솜을 넣고 겉은 보석, 금종이로 마무리하는데, 장식이 완성도의 8할을 차지한다. “박물관에서 조상들의 작품을 보면 보석과 수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지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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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비단신 무형문화재 황해봉 씨
비단신 수혜와 관리들이 신던 목화. 황해봉 씨 작품.
중요무형문화재 제116호 화혜장 황해봉 씨(59·사진)는 5대째 전통 가죽신 ‘화(靴)’ ‘혜(鞋)’를 만든다. 할아버지인 고 황한갑 선생은 조선왕실 마지막 화장(靴匠)이었다.
모시와 삼베에 쌀을 곱게 빻은 풀을 먹여 신발 틀을 만들고, 그 위에 가죽이나 비단을 덮어 신발을 완성한다. 색은 신나무 같은 천연염료로 들였다. “화혜는 왕이나 관리, 상궁 등 특수한 계급들이 신는 신발이었지만 관리가 신는 목화, 여자가 신는 수혜, 기생이 신는 기혜 등 종류가 10가지 이상이에요. 발이 편하면 몸이 편하다고 하잖아요. 옛 선조들도 발의 중요성을 알고 옷 못지않게 신발에 예를 담았죠.”
짚신 등 짚공예 전승자 임채지 씨
짚으로 만든 설(雪)신. 임채지 씨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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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을 한 뒤 나오는 부산물 짚을 이용한 생활용품은 끝이 없다. 짚신, 소쿠리, 모자, 초가지붕, 접사리, 외형마름 등. 특히 짚신은 남녀노소 모두가 신는 ‘국민신발’이었다.
“질감이 좋고 가벼운 데다 통풍도 잘돼 발 건강에 좋아요. 수시로 만들 수 있는데다 모양도 아름답고요. 평생 새끼를 꽈 손이 많이 상했지만, 조상들의 지혜를 후대에 전한단 생각에 아픈 줄도 모르겠어요.”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