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徐 옹호→李, 徐 비판→靑 “침 좀 놨다”
○ 청와대, “서남표를 엄호하라”
일각에서 서 총장 퇴진 압박이 거세지던 11일 청와대 참모들은 내부 회의를 열고 “대학의 문제는 총장이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서 총장 거취도 이사회가 결정할 몫이다”라는 태도를 정리했다. 다소간의 거리는 유지하면서도 서 총장의 개혁 의지는 평가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육사에서는 강력한 훈련방식 때문에 15% 안팎의 탈락자가 발생하지만 국가안보를 책임진다는 설립 목적 때문에 교육방식 자체가 의문시되지는 않는다”며 “KAIST도 문제점은 반드시 고치겠지만 과학기술을 통한 조국 발전이라는 국민의 기대가 무시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과학 영재들이 모인 곳이라지만 ‘경쟁체제하에서 낙오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KAIST 장학금 지급 방식이 이명박 정부의 ‘경쟁과 효율 중시’ 이미지와 맞물려 부담스럽다”는 우려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서 총장에 대한 공세는 이 대통령에 대한 공세로 이어지고 현 정부의 교육개혁 전반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반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 이주호 장관의 서남표 비판
교과부는 지난해 서 총장의 임기 연장이 결정되는 과정에서도 반대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과 서 총장은 입학사정관제도의 시행을 놓고도 의견 충돌을 빚었다고 한다. KAIST가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하긴 했지만 서 총장은 “KAIST에서의 과학기술 교육은 어린 나이에 높은 수준의 기초교육을 다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맞다”며 부정적이었다는 것이다. 급기야 이 장관은 12일 국회에 출석해 KAIST 문제에 대해 “개혁은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KAIST가) 교원 신규 채용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기류와 달리 서 총장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이 장관이 서 총장의 도발적 개혁주의를 불편하게 느끼는 교육 관료들에게 휘둘리고 있다” “청와대가 이 장관에 대해 불편해하는 기류가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 청와대의 교통정리
양측의 온도차는 13일 오후로 접어들면서 빠르게 정리됐다. 청와대 고위 인사가 ‘청와대의 뜻’을 이 장관 측에 엄중히 전달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장관에게 ‘침’을 좀 놨다”고 했다. 청와대와 교과부가 의견 일치를 본 것은 ‘제도 개선을 통한 서남표 식의 대학개혁은 지속한다’는 것이었다. KAIST 학생들의 비상학생총회 표결 결과가 13일 공개된 것도 이런 돌파방안에 힘을 보탰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 결과에 고무돼 “KAIST 학생들이 어른들보다 더 낫다”는 말이 나왔다.
며칠 동안의 혼선에도 불구하고 이 장관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임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고위인사는 “2007년 대선 캠프 시절부터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온 이 장관이 임기 말까지 임무를 완수할 개연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KAIST 총장의 임면권을 가진 KAIST 이사회는 15일 열린다. 청와대와 교과부가 의견 일치를 본 데다 이사 다수가 친(親)서남표 성향이라는 점에서 퇴진 논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