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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소통]소마미술관 ‘Type: Wall’전 환기미술관 공간프로젝트

입력 | 2011-04-12 03:00:00

벽… 공간과 작품, 거리를 허물다
공간… 소마미술관, 전시장 전체를 다양한 벽으로 꾸며




서울 소마미술관에 설치된 지하루와 그레이엄 웨이크필드 씨의 ‘인공생태계: 이중의 시 간’. 실제 공간 안에 가상공간이 자리한다. 소마미술관 제공(왼쪽),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며 벽이 살아 숨쉬는 듯한 박기진 임승천 씨의 설치작품 ‘숨’. 소마미술관의 ‘Type: Wall’전에 선보인 작업이다.(오른쪽)

거대한 괴물이 호흡하는 것처럼 들린다. 전시실 중앙을 가로막은 흰 벽은 들숨과 날숨에 맞춰 횡경막이 부풀었다 가라앉는 듯 팽창과 수축의 움직임을 반복한다. 마치 벽이 살아 숨쉬는 듯하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 조각공원에 자리한 소마미술관의 ‘Type: Wall’전은 우리가 접해온 벽이란 건물의 구조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앞에서 언급한 숨쉬는 벽을 선보인 박기진 임승천 씨를 포함한 5개 팀은 각자에게 제공된 전시실의 모든 공간을 하나의 설치작품으로 활용해 개성적인 벽을 선보였다. 관람객들은 다양한 벽을 접하면서 “공간이 작품이 되고, 작품은 공간의 일부가 되는 흥미로운 실험”에 동참하게 된다. 5월 29일까지. 02-425-1077

자하문에 가까운 서울 종로구 부암동 환기미술관의 공간프로젝트(Site Whanki_That world, day and night전)도 건축적 환경을 활용한다. 사진 영상 회화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김오안 남궁환 배정완 씨가 참여해 미술관의 구석구석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다시 꾸몄다. 6월 19일까지. 02-391-7701

이들 전시는 실제 사물을 통해 혹은 디지털 이미지를 통해 낯익은 공간을 낯설게 드러내 준다. 그래서 관람객이 이미지를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몸으로 느끼는 기회를 선물한다.

○ 공간에 대한 작품

벽을 테마로 한 소마미술관의 전시는 공간과 작품 사이의 거리를 허물거나 스스로 벽이 된 작품 등 작품의 형식적 확장을 꾀한다. 공간적 요소와 합일을 지향한 다섯 팀이 꾸민 전시실의 느낌은 제각각이다.

1전시실엔 북극의 얼음인 양 투명한 벽을 연상시키는 박기원 씨의 설치작품이 자리 잡았다. 공기로 채운 투명 비닐을 쌓아올린 벽은 유리창 밖 푸른 잔디와 어우러지며 청량감을 준다. 김승영, 오윤석 씨는 높은 벽돌담을 쌓아올려 좁은 골목길을 만들었다. 관객은 유형의 벽과 무형의 음악이 결합된 작품 사이로 걸어가며 벽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

검은 커튼을 젖히고 3전시실에 들어서면 실제 공간을 가로질러 컴퓨터 기술로 만든 가상 세계의 벽이 등장한다. 지하루와 그레이엄 웨이크필드 씨의 ‘인공생태계’란 작품이다. 곡선형 벽면을 따라 기계적 유기체처럼 보이는 현란한 이미지가 흘러가며 우주적 분위기를 창출한다. 새로운 생명체인 몬스터를 드로잉 작업으로 선보여온 이승애 씨는 그림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벽면을 돌아가며 설치된 반투명 천 위로 작은 인형과 몬스터가 그림자로 비치면서 살아 있는 애니메이션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 공간을 경험하는 작품

서울 환기미술관 의 중앙홀에 자 리한 남궁환 씨 의 ‘환궁’. 관객이 구조물(왼쪽) 안으로 들어서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어둠과 밝 음이 반복되면서 원형의 작품들을 볼 수 있게 만들 었다. 환기미술관 제공

환기미술관 중앙홀에 설치된 남궁환 씨의 ‘환궁(桓宮)’을 감상하려면 사방이 그림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그림의 집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무 계단을 올라 가로 세로 높이 3m의 입방체 구조물에 들어가면 문이 닫힌다. 어둠에 잠시 있으면 내부가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하고 6개 면에 위치한 둥근 그림들이 약 5초마다 순환한다.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설치작품으로 평면에서 출발한 그림이 시공간을 함축하는 구조물로 변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사진, 영상, 설치작업을 하는 김오안 씨는 1층의 좁고 높은 공간과 2층에서 ‘내 삶의 1초’란 주제로 딱히 설명하기 힘든 일상의 사진들과 영상을 선보였다. 그가 지나쳐온 단조로운 장소와 시간을 엮어낸 공간 속에서 작가, 그리고 관객 자신의 기억과 만난다. 건축가이자 설치미술가 배정완 씨는 영상을 공간에 녹여내고자 거울과 계단 등을 활용해 세심하게 연출한 작품을 선보였다. 노쇠한 삶에서 젊은 세대의 모습으로 이어진 비디오 영상은 벽면을 따라 흐르고 겹치며 팽팽한 긴장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심리적 풍경을 엿보게 한다.

전시장의 장소적 특성을 활용한 두 프로젝트는 우리가 익숙하게 접해온 건축적 환경을 새롭게 경험하도록 이끈다. 더불어 봄빛 가득한 풍경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하는 이들 미술관의 입지 조건 역시 작품 감상에 못지않은 즐거운 덤이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