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매장-면세점-외식업 최전선 지휘··· 한국패션 레벨 업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39),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현재 국내 패션계에 큰 영향을 주는 젊은 여성 경영자들로 꼽힌다. 정 부사장은 국내에 다양한 해외 패션 브랜드가 들어올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았다. 이화여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드아일랜드대에서 그래픽을 전공한 정 부사장은 미적 (美的) 감각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부사장은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매장인 ‘분더샵’을 1999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만들어 해외 고급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편집매장은 특정 브랜드가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한편 브랜드를 키워내는 ‘인큐베이팅’ 기능을 한다.
정 부사장은 ‘분더샵’을 통해 국내에서 편집매장이 뿌리를 내리게 만들었다. 분더샵 이후 국내에도 다양한 형태의 편집매장이 들어서면서 편집매장 시대가 활짝 열렸다. 패션계에서는 신세계가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각종 해외 패션 브랜드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정 부사장의 ‘고급스럽고 날 선’ 감각 덕분이라고 보고 있다.
이서현 부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후 국내 브랜드를 키우는 한편 새로운 해외 브랜드를 적극 들여오면서 국내 패션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평범한 캐주얼 브랜드로 인식되던 ‘빈폴’의 디자인을 강화하고 품목을 다양화하면서 ‘빈폴’을 강력한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2003년에는 ‘구호’를 인수해 경쟁력 있는 고급 브랜드로 키워내기도 했다. ‘구호’의 매출은 2003년 68억 원에서 2010년 85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2008년 청담동에 이탈리아 편집매장인 ‘10꼬르소꼬모’를 열어 한국의 패션 위상을 높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한국에 이 매장이 들어서자 세계 패션계는 한국을 다시 봤다. 이 부사장은 ‘발망’ ‘토리버치’ 등 해외 유명 브랜드도 속속 들여와 국내 패션업계를 다양화한 점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