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공급발(發) 물가급등’이 인플레 기대심리를 건드리면서 개인서비스 요금 급등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가 우격다짐으로 억눌러 놓은 가공식품 가격까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잠잠했던 임금마저 큰 폭으로 상승하면 물가의 고삐는 정부의 손아귀에서 풀려날 수밖에 없다.
○ 물가 악순환 본격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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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가 물가 상승세를 꺾을 만한 카드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물가상승 국면이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 인하나 농축수산물 수급 안정 같은 공급 차원의 대책으로는 물가를 잡기 어려울 만큼 전방위로 뿌리 깊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농축수산물과 석유제품에 국한됐던 물가 상승이 기대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서 개인서비스 요금 급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3월 들어 개인서비스 요금은 외식비(3.0%)와 대입 학원비(4.9%), 이·미용료(5.3%), 숙박료(5.8) 등 오르지 않은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에 따라 지난해 2% 수준을 유지하던 개인서비스 요금은 올 3월에는 3.0%로 크게 상승하며 23개월 만에 3%대에 진입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물가단속으로 동결됐던 수입 품목들의 가격도 꿈틀거리는 용수철 효과 조짐마저 나타난다.
일러스트 서장원기자 yankeey@donga.com
○ 인플레 기대심리 잡는 것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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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물가 상승세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올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중반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분기에는 5.35%까지 오르면서 올 한 해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92%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부는 기대물가 상승으로 물가가 악순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공요금 동결을 유지하면서 석유가격과 통신요금 등 서민 생활에 밀접한 품목의 가격 하락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 경제성장률이 다소 하락하더라도 기준금리 인상과 원화가치 절상을 통해 물가 잡기에 ‘다걸기(올인)’할 태세다. 정부가 물가 잡기에 어느 정도 성공을 해야만 높은 임금인상 요구를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비아 사태와 동일본 대지진으로 국제유가와 국제식품가격 상승세가 계속돼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면서 물가도 잡지 못하는 최악의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올해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세계 경제 성장세가 이어지면 국내 물가 상승세는 상당히 오래갈 것이며 정부의 입지가 계속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