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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아빠 성폭행’ 자작극 사건…부실수사 논란

입력 | 2011-04-04 20:17:51

경찰 "'빨리 송치하라'는 檢 지휘 탓에 수사 미흡"
검찰 "신중히 수사하라고 했건만..오히려 의아했다"




경찰관 아버지로부터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건이 검찰 조사결과 딸의 자작극으로 일단락된 가운데 이 사건을 처음 수사했던 경찰의 부실수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경찰은 이 사건 성폭행 피의자인 아버지를 1차 조사 후 사흘 만에 전격 구속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등 속전속결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수사조차간과해 부실수사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이 사건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2월28일. 현재는 아버지를 무고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입건된 A(18)양이 해당 지역 여성.성폭력 상담기관에 '경찰관인 친아버지로부터의 성폭행당했다'며 상담하면서부터다.

이후 A양의 어머니 B씨는 딸의 놀라운 고백을 토대로 지난달 15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피해자인 A양 가족의 철저한 보안유지 요청에 따라 1회 피해 진술조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A양이 아버지의 신체 특정부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는가 하면, A양의 일기장이 아버지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한 점 등을 토대로 C씨를 본격수사 나흘만인 같은 달 24일 구속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동료 경찰관을 친딸을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범죄자로 단정하기에는 가혹하리만치 신속한 사법처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찰 수사는 무엇에 쫓기듯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부실수사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무엇보다 경찰은 피해자인 A양의 고소사건이 접수된 지난달 15일 이후 1차례 피해자 조사를 거쳐 일주일만인 같은 달 22일 친부인 C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당시 C씨를 상대로 1회 심문조서를 작성한 경찰은 같은날 오후께 C씨를 긴급체포했고, 다음날인 23일 영장 신청에 이어 24일 C씨를 구속했다.

게다가 C씨가 구속된 지 12시간여 만인 25일 검찰에 송치되는 등 사건은 일사처리로 진행됐다.

결국 지난 22일 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C씨의 사건은 경찰이 피의자를 상대로 본격 수사에 나선지 불과 나흘 만에 검찰에 송치된 셈이다.

문제는 C씨가 경찰 조사 내내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결백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C씨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경찰은 최대 10여 일까지 보장된 구속 후 보강수사를 하지 않고 검찰에 넘겼다는 점이다.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조사과정에서 아버지와 딸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비롯해 A양이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한 날짜와 C씨의 근무 일지 등이 일치하지 않는 점 등을 추궁한 끝에 A양의 진술이 거짓임을 밝혀냈다.

검찰은 "경찰이 성폭행 범행이 이뤄진 사건 당일의 행적을 파악할 수 있는 통신수사 즉, 피해자인 딸과 가해자인 아버지의 휴대전화 위치추적만 충실히 했더라도 딸의 진술에 모순점을 발견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결국, 경찰은 '아버지가 근무 중에도 집으로 찾아와 성폭행했다'는 딸의 진술에 의존한 채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범행 시간대 가해.피해자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등한시한 나머지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게 검찰의 지적이다.

실제 A양이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집과 C씨의 근무지는 차량으로 1시간 이상 소요되는 먼 거리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당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됐고, 보안을 유지해 달라는 가족들의 요청으로 사건을 신속히 처리했다"며 "무엇보다 검찰이 '자백 여부를 떠나 보강수사는 검찰에서 할테니 (사건을) 빨리 송치하라'는 구두 지휘가 있어 구속다음날 넘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사건을 빨리 송치하라'는 지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구속 후 보강수사 기간이 10여 일이나 여유가 있음에도 사건을 빨리 넘긴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며 "징역 7년 이상의 중범죄인 만큼 피의자의 변소 등을 꼼꼼히 수사하라고 지휘했다"고 밝혔다.

결국, 경찰관의 친딸 성폭행 사건이 검찰의 보강수사 과정에서 딸 등이 꾸며낸 자작극으로 밝혀지면서 경찰의 미흡한 수사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