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돌발사고 충격 줄이려면… 조직의 유연성 키워야”
요시 셰피 교수
―경영에서 복원력이란 어떤 개념인가.
“예상치 못했던 위기로 조업 중단 등에 처한 기업이 평상 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으로 다시 돌아오는 데 걸리는 과정 및 위기 대응 역량을 뜻한다. 대지진을 겪은 일본에 이 개념을 적용하면 지진 전의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경영에서 복원력의 중요성이 커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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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들어진 완성품은 다시 미국, 아일랜드, 브라질, 말레이시아 등 세계에 위치한 주요 컴퓨터 제조업체의 공장으로 보내진다. 이 과정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조그만 충격을 받으면 그 여파는 엄청나다. 마찬가지로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대규모 위기가 발생하면 개별 기업이 아무리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유했다 해도 복원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해당 기업과 연결돼 있는 수많은 다른 조직의 복원력은 통제하기 힘들 때가 많다.”
―복원력의 차이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 사례가 있나.
“2000년 3월 미 뉴멕시코 주에 위치한 필립스의 반도체 공장에서 번개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곧 진화됐다. 화재 직후 필립스는 이 공장의 반도체 부품을 공급받는 노키아와 에릭손에 1주일의 조업 중단이 예상된다고 통보했다.
당시 이 화재가 비상사태로 비화할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노키아는 즉시 해당 부품을 특별 관리 품목에 올리고 전 부서에 이 사실을 알렸다. 또 필립스와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면서 상황을 점검했다. 반면 에릭손의 담당자는 1주일만 지나면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고 여겼다. 그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도, 경영진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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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손은 2000년 휴대전화 부문에서 25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화재 여파가 겹친 2001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2000년의 10%에서 6.7%로 더 떨어졌다. 에릭손은 휴대전화 생산 전면 중단 등의 비상조치를 취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에릭손이 잃은 시장점유율은 고스란히 노키아가 흡수했다.
노키아와 에릭손이 화재 통보를 받은 시점은 동일했다. 비교적 낮은 수준의 위기였지만 두 회사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다. 결국 10년이 지난 지금 노키아와 에릭손의 격차는 엄청나게 벌어졌다. 노키아는 여전히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지만 에릭손은 업계의 하위권으로 밀려 일본 소니와 합병을 해야 했다. 조그만 화재에 대한 초동 대처가 개별 기업의 운명은 물론이고 산업 전체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조직의 복원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회사 전체가 높은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무조건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공장을 요새로 만들고 재고를 산더미처럼 쌓아놓으라는 뜻이 아니다. 자사의 취약성을 제대로 분석하고 보유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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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할 수 없는 위기까지 대비하는 기업과 현재의 편안함에만 안주하는 기업의 성적표는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대형 위기가 닥치는 순간 극명하게 갈린다. 위기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복원력이야말로 21세기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DBR 그래픽
둘째, 자사의 위기관리 취약성을 평가할 때 자사의 상황뿐 아니라 협력업체 및 경쟁회사의 운영 상태도 파악해야 한다. 우리 회사의 현황이나 대응 능력만을 파악해서는 위기를 관리하고 피해를 복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국제 지정학적 변화, 새로운 법규, 기상 예측 전망 등의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셋째, 자사에 닥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파악할 때 지역 사회와 협력하는 시민 감시 방식을 활용하라. 자사의 공장 직원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오히려 해당 설비의 위험 요소가 무엇인지 더 잘 알고 있을 때가 많다.
넷째,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부품업체를 선정할 때 한 개 혹은 소수 업체와 거래하는 기업이 많다. 물론 가격 협상이 쉽고, 해당 부품업체와 돈독한 파트너십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급할 때 의존할 잉여 자원도 없어진다는 뜻이므로 일단 충격이 발생하면 조업이 즉각 중단될 수 있다. 위기에 대비해 언제든 여러 업체와 거래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지나치게 효율성에만 얽매이지 말고 잉여 자원을 축적하라는 뜻이다.
다섯째, 올바른 조직문화 구축에 투자하라. 직원 교육 시 한 분야의 전문가를 키우는 데만 집중하지 말고 다방면의 트레이닝과 순환근무를 통해 직원이 해당 기업의 전체 가치사슬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라. 충격이 발생했을 때 특정 직원이 없어도 다른 직원이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직원들이 위기 발생 시 이를 경영진에 보고하기 전에 스스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도 대폭 부여하는 게 좋다. 직원의 주인의식과 충성심이 강한 회사일수록 위기도 빨리 극복할 수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요시 셰피 교수는
이스라엘 출신인 요시 셰피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토목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MIT 엔지니어링 시스템학과의 학과장 및 운송물류연구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공급망 관리, 시스템 최적화, 위험 분석, 운송 알고리즘 분야의 석학이다. 저서로는 ‘리질리언트 엔터프라이즈(The Resilient Enterpris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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