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입 연 시리아 대통령… 유화책 기대했는데
《 41년 사회주의 부자(父子) 세습 독재국가인 시리아의 반정부 시위 사태가 폭발 직전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46·사진)은 3월 30일 의회 연설에서 “지금 거리를 뒤덮은 반정부 시위는 외부 세력의 음모에 의한 것”이라며 시위대를 비난했다. 그는 “개혁은 계속하겠지만 유행처럼 할 것이 아니다. 국민의 요구는 국가가 충족시킬 것”이라며 시위대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
연설 직후 북부 항구도시 라타키아에서는 시위대 수백 명이 들고일어났고 경찰은 발포까지 하며 진압에 나섰다. 도시 곳곳에서 총성이 들렸고 군대까지 투입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최근 석방된 인권운동가 하이삼 알말레는 “우리가 원한 건 민주주의였지만 변한 것이 없기 때문에 남은 단 하나의 선택은 거리로 뛰쳐나가는 것”이라며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리아 안팎에서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개혁 조치를 기대했던 것은 그의 독특한 이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는 최근 그의 개인사를 조명하며 “그는 본래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떠밀려 대통령이 됐다”고 전했다. 하피드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차남인 그는 후계자 수업을 받던 형 바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1988년 다마스쿠스 의대를 졸업하고 전공인 안과학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으나 후계 수업을 받던 형이 1994년 교통사고로 숨져 귀국길에 오르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차남에게 권력 세습을 위해 군사·정치 교육을 집중하던 현직 대통령인 아버지가 2000년 6월 심장마비로 갑자기 숨졌다.
광고 로드중
2007년 재선투표는 독재국가 시리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현직 대통령이 단독 입후보했고 투표장 입구마다 ‘찬성란에 동그라미를 치면 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투표소에 감시원들이 일일이 배치돼 국민들이 제대로 기표를 하는지까지 감시했고 그 결과 찬성률은 97.62%였다.
이처럼 공개적인 선거부정이 가능했던 것은 ‘경찰국가의 전형’이라 불리는 시리아의 엄혹한 정치상황 때문이다. 시리아 국민들은 나면서부터 집권 바트당에 입당해야 한다. 초등학교 교복에 바트당 당기가 그려져 있을 정도다. 2007년 대선 직전 이동통신 대리점에선 ‘누가 당신을 사랑하는가’라는 타이틀곡 등 16곡의 노래가 담긴 대통령찬가 CD가 배포됐다.
물론 집회, 결사의 자유도 없다. 국민의 웹서핑 이력은 몇 달 동안 정부 서버에 저장된다. 대통령과 바트당에 대한 비판은 상상할 수 없다. 1969년 창설된 비밀경찰 ‘무카바라트’는 ‘(사람이 서 있는) 10m당 1명씩’이라고 할 만큼 정교하게 국민을 감시한다. 반대자들에 대한 보복은 무자비하다. 1982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던 무슬림형제단에 대해 정부는 시위대를 한 장소에 몰아넣고 폭탄 투하, 독가스 살포를 한 뒤 확인 사살까지 해 최대 4만 명을 죽였다. 이 일은 독재가 횡행하는 아랍권 내에서도 대표적인 학살로 기록됐다.
이번 시위에서도 참혹한 유혈사태가 벌어지지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 정권의 지도층인 이슬람 소수파인 알라위파(시아파 분파)는 다수파 수니파가 주도하는 시위대가 정권을 잡을 경우 보복을 우려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압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다. 31일 미 ABC방송 등 외신들은 대통령 연설 뒤 반정부 시위대의 분노와 함께 “알아사드에게 영혼과 피를 바치자”고 외치는 친정부 시위대의 거센 함성을 같이 전하며 “곧 대규모 유혈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