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3대 패션 사진작가 파울로 로베르시 ‘10 꼬르소 꼬모’서 개인전
파울로 로베르시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10 꼬르소 꼬모 서울 10층 특별전시장. 사진은 그가 찍은 세계적인 패션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의 누드 작품이다. 제일모직 제공
그의 사진전이 열리는 10 꼬르소 꼬모 서울 10층 특별전시장은 100여 점의 사진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진은 흐릿했다.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과 색 바랜 듯한 사진도 보였다. 로베르시는 오래 보관하기도 어렵고 쉽게 흔들리는 단점이 있는데도 8×10인치 대형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고집스럽게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분명한 기록과 환상 사이 어디쯤에 있는 듯한 그의 인물사진은 몽환적인 느낌을 줬다.
첨단 사진기법이 등장하고 뛰어난 성능의 카메라가 속속 나오는데도 그가 폴라로이드를 선호하는 까닭은 ‘현실을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신념 때문이다. 오랫동안 보존하기 어렵다는 점도 그에겐 문제될 게 없다. 오히려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다.
세계 3대 패션 사진작가 파울로 로베르시가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 그는 흐릿하고 불확실한 이미지에 매력을 느껴 30여년 전부터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즐겨 사용한다. 제일모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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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누드 시리즈인 ‘누디(Nudi)’와 패션과 정물, 누드사진을 결합한 ‘리브레토(Libretto)’, 스튜디오 포트레이트 사진들로 구성된 ‘스튜디오(Studio)’로 이뤄졌다. 지난달 23일 시작해 5월 8일 끝난다. 누드 작품이 많아 19세 미만은 관람할 수 없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10 꼬르소 꼬모’ 개장 3주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 10 꼬르소 꼬모 서울 매장에 전시된 구두. 10 꼬르소 꼬모 서울에서는 각종 구두와 의류는 물론 음반과 서적 등도 살 수 있다. 제일모직 제공
10 꼬르소 꼬모는 이탈리아 패션잡지 기자 출신인 카를라 소차니가 199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문을 연 콘셉트 스토어다. 운영자의 취향에 따라 여러 물건을 한 군데에 갖춰놓고 판다. 10 꼬르소 꼬모 서울은 밀라노의 10 꼬르소 꼬모가 제일모직과 손잡고 2008년 3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것이다. 패션과 디자인을 즐기고 음반과 서적 등을 살 수 있는 곳이다. 카페와 레스토랑 등도 갖춰져 있다.
사실 세계적으로 패션의 도시라 하면 사람들은 프랑스 파리나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뉴욕, 일본 도쿄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탈리아에 이어 서울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10 꼬르소 꼬모 서울이 생기면서 ‘패션의 변방’ 취급을 받던 서울은 ‘패션과 디자인의 도시’로 주목받았다. 10 꼬르소 꼬모라는 독창적인 콘셉트 스토어가 다른 도시도 아닌 서울에 입점했다는 사실 자체가 패션계에서는 이슈였다. 10 꼬르소 꼬모를 설립한 카를라 소차니는 뉴욕이나 도쿄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파트너십을 맺자는 요청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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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꼬르소 꼬모 서울이 빅뱅과 함께 만든 티셔츠(위)와 노트북 파우치(가운데), 10꼬르소 꼬모는 개장 3주년을 맞아 빅뱅이 해골을 소재로 디자인한 문양을 이용한 상품들을 선보였다. 제일모직 제공
국내에 미친 영향도 상당하다. 새로운 패션 디자인과 트렌드를 국내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로서는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는 브랜드를 해외에 직접 나가 사야 하는 수고를 던 셈이다.
10 꼬르소 꼬모 서울은 오픈 3주년 기념으로 파울로 로베르시의 사진전 외에 스타일 아이콘으로 떠오른 아이돌 그룹 ‘빅뱅’과의 컬래버레이션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나아가 아시아 전체에서 패션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행보다. 빅뱅이라는 한류 스타와 함께 작업하며 10 꼬르소 꼬모 서울을 더욱 널리 알려 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중심지가 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