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발레의 만남… 내달 ‘이정윤&에투왈’ 공연이정윤-김주원-엄재용-황혜민 설레는 ‘우정의 무대’
“언제 또 이렇게 모일 일이 있을까요?” 30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연습실에 모인 엄재용 황혜민 김주원 이정윤 씨(왼쪽부터)는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이 4년 만”이라고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정윤 씨가 운을 떼자 김주원 씨가 금세 받아친다. 옆에 앉은 엄재용 황혜민 씨가 웃음을 터뜨렸다.
30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연습실에 한국 무용계의 빛나는 별들이 떴다.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이 씨,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 씨,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엄 씨, 황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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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이정윤 씨의 국립무용단 입단 10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국립극장 기획공연으로 이렇게 한 무용수를 주목하는 공연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황 씨는 “저도 발레단 입단 10년째인데, 이런 공연을 한 번쯤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엄 씨의 말이 뒤따랐다. “전 11년째에요.” “난 14년째인데…. 미안하다. 오래돼서.” 김 씨의 한마디에 또 와르르 웃음소리가 쏟아졌다. 세 사람은 곧 “안무가가 되지 않는 이상 무용수가 자기 이름 걸고 공연하기는 정말 어렵다. (이 씨가) 부럽다”고 입을 모았다.
이 씨는 “10년을 돌아보는 자리인 만큼 그동안 알아온 벗들, 지인들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했다. 엄재용 황혜민 씨와는 4년 전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창작발레 ‘춘향’을 만들 때 한국무용 트레이너로 참여하며 인연을 맺었다. 김주원 씨는 2007년 정동극장 ‘아트 프론티어’ 공연 당시 이 씨에게 안무를 부탁해 ‘The one’으로 함께 무대에 섰다. 10일에도 두 사람은 ‘The one’을 함께 춤춘다.
“남들에게 폐 끼치는 능력이 탁월하다. 욕심도 많고 재능도 많고 부탁도 잘 한다.” 남궁 씨가 이 씨에 대해 내린 농담 섞인 평가다. 엄 씨가 이 말을 전해 듣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정윤이 형은 ‘어, 이 형이 어떻게 여기 와있지?’ 싶은 곳에서 늘 만나요. 그만큼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고 열정도 넘치고요.”
엄 씨는 황 씨와 함께 창작발레 ‘심청’ 중 ‘달빛 파드되’를 춘다. 이 씨가 안무에 참여한 작품은 아니지만 한국적 느낌을 잘 살려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라 특별히 부탁했다고 했다. 황 씨는 “28일 ‘돈키호테’ 공연을 끝내고 다음 주 대만 공연을 다녀온 뒤 바로 ‘이정윤&에투왈’ 무대에 선다. 바쁜 일정이지만 다양한 장르가 모이는 이번 공연의 구성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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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이번 공연에서 새 안무작 셋을 선보인다. ‘해어화’ 외에도 강강술래를 모티브로 남성 무용수가 등장하는 ‘이터널 댄스’, 안동 하회별신굿놀이를 바탕으로 한 ‘러브 풀’이 무대에 오른다. 한자리에서 신작을 여럿 선보이는 건 이 씨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국립무용단 주역무용수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전통을 알리기 위해선 오히려 새로운 분야를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움직임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관심을 가져왔죠. 그렇게 쌓아온 10년을 이렇게 다양한 색깔과 철학을 가진 분들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