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2011년 경영계획을 세울 당시보다 너무 올라버린 기름값에 대응하기 위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기업들은 대개 10월에서 12월 사이에 이듬해 경영계획을 짠다. 유가는 환율과 함께 대기업 경영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다. 경비에서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4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유가와 경영계획을 조사해 29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기업들의 당혹감이 여실히 느껴진다. 조사대상 기업 중 64.1%는 올해 두바이유가 배럴당 80∼90달러일 것으로 전망하고 경영계획을 세웠다. 기업들의 평균 전망치는 87.2달러였다. 그러나 현실은 잔인했다. 조사 기간(2월 25일∼3월 9일)의 평균 유가는 108.6달러로 기업들의 예상보다 24.5%(21.4달러)나 높다. 조사 이후에는 동일본 대지진과 리비아 사태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11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기업들은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 때문에 섣불리 제품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 고민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비를 줄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마누라하고 자식 빼고 다 줄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요즘은 법인카드를 쓰거나 회식비를 청구하기도 눈치 보인다”고 말했다. 전경련 조사에서도 유가상승 대책으로 64.5%의 기업이 ‘경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꼽았다. 높아진 기름값을 판매가에 반영해 소비자에게 전가하겠다는 곳은 20.1%에 그쳤다.
기업들의 경비절감 노력은 차량 5부제 운행 같은 고전적인 방법을 뛰어넘어 치밀하게 진화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내년까지 전 물류차량에 공기의 저항을 줄이는 ‘리블릿 코팅’을 하기로 했다. 리블릿 코팅을 하면 연료소비효율이 10%가량 높아지고, 연간 150만 L의 기름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남양유업은 모든 물류차량 운전자에게 유류 사용량과 주행거리 등을 기록하는 ‘차계부’를 작성하도록 할 예정이다.
스타벅스는 1월부터 본사와 전국 매장의 컴퓨터에 절전버튼 장치를 설치했다. 기존 스크린세이버는 화면이 안 보일 뿐 실제 소비전력 절감 효과가 없지만 이 버튼을 누르면 모니터와 컴퓨터가 동시에 절전모드로 바뀐다. 매장의 수도꼭지도 모두 절수형으로 교체해 물 사용량을 기존 수도꼭지 대비 50%가량 줄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