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이 만든 밴드가 바람 잡고가게선 손님에게 요리법 가르치고
경기 수원시 못골시장은 2년에 걸친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통해 활기 차고 자생력 넘치는 생활문화 공간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못골시장 주부 상인들과 지역 주민으로 이뤄진 ‘줌마 불평합창단’의 공연 모습. 수원 못골시장 제공
“갑자기 고등학교 때 생각이 나서요. ‘뉴키즈 온 더 블록’의 ‘스텝 바이 스텝’ 가능할까요?” 이런 쪽지가 라디오 사랑방으로 속속 배달됐다. 시장을 찾은 주민들을 위해 월요일 목요일 점심시간에 진행하는 방송은 시장 상인 5명이 자원봉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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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상인들이 가지고 있는 인생이야기 하나하나를 살려 시장의 얘깃거리를 풍성히 하려는 시도입니다. 손님들은 떡집 주인의 어린 시절 꿈이 비행기 조종사인 것을 알게 되고, 수십 년간 자전거로 배달하며 가게를 일군 한 가장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지요.”
2년 사이 시장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주부 상인과 지역 상인들이 참가하는 ‘줌마 불평합창단’, 젊은 상인들로 구성된 ‘늦바람 밴드’가 바람을 잡고 있으며 주민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상인 요리강사도 있다.
이런 못골시장엔 전국의 많은 재래시장 상인들의 눈길이 쏠려 있다. 2년간 정부 지원을 받은 문전성시 컨설팅이 끝나 작년 말부터 홀로서기에 나섰기 때문. 못골시장 상인회 이충환 회장은 “문전성시 프로젝트가 끝난 후 상인 주도로 ‘못골문화사랑’이라는 사단법인을 만들어 각종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시장의 특성에 맞춰 △주민공동체형 △지역관광형 △문화예술형 △문화복지형 등의 형태로 추진 중이다. 충남 서천군의 한산오일장은 시장해설사를 두고 시장을 찾은 관광객이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장의 유래와 역사 등을 설명한다. 전남 순천시 순천웃장에선 시간이 멈춘 듯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일제강점기 적산가옥을 시장의 커뮤니티 중심지로 만들어 볼거리와 휴식처를 제공한다. 서울 중랑구 우림시장에서는 상인과 문화예술인들이 시장극단을 만들어 지역 주민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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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