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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유영옥]북한에 트위터만 있어도…

입력 | 2011-03-26 03:00:00


유영옥 경기대 국제대학장 북한학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열풍이 아프리카 중동을 휩쓸고 있다. 23년 독재권력을 축출한 ‘재스민 혁명’을 시작으로 30년 독재를 유지했던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졌고, 지금은 42년 독재 아성을 지켜 온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위협받고 있다. 지금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독재권력의 붕괴를 지켜보면서 세기의 독재자 김정일과 그 하수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프리카 중동 민주화 열풍의 원인을 경제 파탄과 부의 편중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시민혁명의 원인이 경제난이라면 북한에서 혁명이 먼저 일어나야 한다. 북한의 경제 상황이 이 지역 국가들보다 더 열악하기 때문이다. 요즘 북한 주민들은 굶주림에 지쳐 있고, 생존을 위해 더 물러설 곳이 없다고 한다. 2008년 이후 우리 정부의 식량 지원이 끊기고 천안함 도발로 국제사회의 원조마저 줄면서 북한의 식량난은 더욱 심각해졌다. 최근 생활고로 북한에서 생계형 시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럼에도 경제난이 시민혁명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은 정보 공유가 불가한 사회 환경에, 거미줄 같은 감시와 통제로 혁명에 대한 모의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 사회는 아프리카 중동과 같이 시민혁명에 불을 댕길 수 있는 저항의 역사가 없다. 육체적 구속과 정신적 속박이라는 독재 시스템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와 저항, 권리, 인권과 민주주의란 용어조차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아프리카 중동 민주화 확산의 원인이 됐던 인터넷 보급이 미미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시민사회가 없고 사회적 연계망이라는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다. 또한 북한에서의 반김정일, 반체제 운동은 3대 멸족으로 이어진다. 객관적 데이터로는 북한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혁명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튀니지에서 ‘재스민 혁명’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주변 독재정권의 몰락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권좌에서 축출당하는 순간까지도 ‘리비아는 사정이 다르다’며 카다피 정권의 퇴장 개연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리비아 혁명의 진행은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굶주리는 청년 군인과 시장세력, 그리고 희망을 잃은 엘리트 청년 학생들,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 정치범 등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라도 반정부 세력화가 가능하다.

시민혁명이 발생한 국가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정치적으로 폐쇄되고, 20대 젊은 층의 인구 비중이 전체의 30% 이상으로 많으며 높은 대졸 고학력자 실업률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정보기술(IT)의 발달이 시민 간 소통을 강화해 혁명의 강력한 불씨가 됐다. 이 세 가지 공통점 중에서 북한은 두 가지를 충족한다. 기근과 독재정치가 오랫동안 지속됐다는 점이다. 북한이 63년간 독재권력을 유지했던 근간은 외부 정보의 유입을 차단하는 폐쇄성이었다. 최근에는 식량난이 심각해지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상태다. 이 두 가지 요소만 본다면 북한에서도 얼마든지 시민혁명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지금 북한은 권력 승계 과정에 있고 후계체제로의 안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아프리카 중동으로부터 불어오는 민주화 열풍을 차단하면서 오히려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을 전후하여 탈북자 가족들을 산간오지로 강제 추방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송금이 늘어나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 ‘남한이 잘산다. 우리도 가족 중에 탈북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식이 확산되는 것과 탈북자에 의해 외부 소식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는 외부 소식을 주민들에게 알려주고 내부 민심을 흔들면 북한에도 얼마든지 시민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증거다. 아프리카 중동의 민주화 열풍이 북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 북한에 민주화나 시민혁명의 개념은 미약하지만 중국식 개방과 개혁에 대한 동경은 있기 때문이다.

유영옥 경기대 국제대학장 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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