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계열사 내세워 거액 대출… 골프장 허가 안나자 뇌물 공세
24일 저축은행업계와 검찰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그룹 5개 계열사는 형식상 별도 법인으로 설립됐지만 대출 등 주요 의사결정은 모두 박연호 회장과 김양 대표이사 등 부산저축은행 대주주들이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의 다른 임원들도 주요 결정을 하는 회의에는 참석하지만 대주주들이 결정하는 대로 따랐다는 것. 3조 원대에 이르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투자가 결정됐다.
대주주들은 19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부실대출 규모가 커지자 투자금 회수 위험을 막기 위해 2002년 PF 관련 특수목적법인(SPC)인 T건설을 설립했다. 사실상 위장계열사인 T건설은 부산저축은행그룹 PF 대출의 사업성 검토를 맡았고 직접 시행 사업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들은 투자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그 사업만 주관하는 새로운 SPC를 다시 세워 사업을 추진했다. 대주주들은 은행 임직원 친척의 이름을 빌려 T건설의 임원으로 등재했고 2009년 이 회사에 95억 원을 빌려주기도 해 상호저축은행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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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울산지검은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들의 업무상 배임 및 뇌물공여 혐의를 밝혀내 김 대표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박 회장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1심은 이들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지만 2심은 “회사에 손해를 끼칠 목적은 없었다”며 뇌물공여 혐의만 인정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