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대표 창극 ‘청’의 여주인공 심청 역으로 선발된 박자희 이소연 서진실 씨(왼쪽부터). 이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살려 각각 ‘귀여운 심청(박자희)’ ‘강단 있는 심청(이소연)’ ‘애절한 심청(서진실)’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심청전에서 맹인 아버지 심 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쌀 300석에 몸을 팔고 인당수에 재물로 몸을 던지는 효녀 심청의 나이는 꽃다운 15세. 하지만 그동안 판소리 창극 공연에서 심청 역은 으레 나이 지긋한 소리꾼들이 맡아왔다. ‘영원한 춘향’으로 불리는 안숙선 명창(62)이 대표적. 안 명창은 50세 가까이 춘향전과 심청전을 다룬 국립창극단의 창극에서 여주인공 역을 도맡아 해왔다.
1세대 심청 안 명창의 바통을 이어 받은 2세대 심청 박애리 씨(34)부터 심청이 젊어졌다. 박 씨는 2006년 국립창극단이 대형 뮤지컬 규모로 판을 키운 창극 ‘청’을 선보이면서 심청 역에 발탁될 때 당시로선 파격적인 29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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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아직 자신들에게도 심청 역할이 낯설다고 고백했다. 이 씨는 “워낙 연배가 높은 선배들이 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일찍 심청 역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오디션에 지원하면서도 반신반의했다”고 말했다. 서 씨는 “2009년 심청 역을 처음 맡은 뒤 연습 때 예전 선배들의 무대를 떠올리며 연기하다가 안숙선 선생님에게 ‘좀 더 어린 색깔을 내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했다. 국립창극단 명예단원인 안 명창은 ‘청’에서 극중 해설자 격인 도창(導唱)을 맡고 있다.
한편으론 젊기 때문에 좀 더 실제에 가까운 심청을 보여주는 장점이 있다고 이 씨는 자평했다. 그는 “심청은 어떻게 보면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약간 비현실적인 인물인데 이건 철없는 15세 소녀이기 때문이 아닐까. 젊은 20대 배우들이 무대에 서면 심청의 철없는 부분이 더 부각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세 명의 색깔이 사뭇 다른 점은 ‘청’의 무대도 한층 다채로워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서 씨는 박 씨에 대해 “무대 위에서 통통 튀는, 어린아이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평했고 박 씨는 서 씨에 대해 “소리가 워낙 애절해 비장미가 넘치는 심청 역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 씨에 대해서는 “항상 침착한 이미지라 강단 있는 심청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립창극단 유영대 예술감독은 “판소리는 탁하다는 관념이 있는데 이들은 맑고 고운 소리를 낸다. 관객들도 젊은 심청에 대해 예전과는 다른 풋풋하고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은 5월 1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02-2280-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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