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천 게이오대 종합정책학부 교수
日언론 담담한 보도와 대조적
우리 언론들은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일본인들의 냉정하고 침착한 행동을 칭찬한다. 그렇지만 원전사고에서는 혼란에 빠진 그림 찾기에 열심이다. 방사성 물질의 낙진을 막기 위해 우산을 쓰고 다니는 모습, 방독면이 품절된 상품 진열대, 도쿄역의 탈출 러시, 계획정전으로 불 꺼진 번화가를 보여준다. 일부 언론은 일본 정부가 미국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원전사고를 키웠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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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들 보도를 무조건 탓할 수만은 없다.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을 당시 한반도 전쟁설이 일본 언론을 장식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고위 정보원을 인용해 몇 주 이내에 재포격이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주요 전국지에 버젓이 실리기도 했지만 추가 포격은 없었다. 미국 9·11테러와 탄저균 배달 소동이 벌어졌을 때도 한국과 일본 언론의 보도는 당시의 미국 언론과 상당한 온도차를 보였다. 미증유의 지진, 쓰나미, 원전사고 등 주체할 수 없는 보도 재료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차분하게 보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국제뉴스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국제뉴스가 선정적인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선정적이지 않으면 중요한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모아지지 않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재외국민들 불안감은 어떡하라고
그러나 한국 언론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관련 국제보도는 국내뿐만 아니라 재외국민들도 패닉 상태에 빠뜨릴 수 있는 위기 증폭 효과가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국내의 보도가 재외국민의 가족과 지인들의 불안감을 자극 → 재외국민들에 대한 귀국 요청(강요) 쇄도 → 재외국민들이 국내 언론보도 확인 → 일본 보도와의 비교 → 일본 정부가 정보를 은폐, 축소하고 있다는 의심 증가(원전사고에 대한 불안감 증폭) → 귀국(?)이라는 악순환에 빠졌다. 인터넷이 가지는 쌍방향성이 이를 더욱 확대시켰다. 타국의 자국민 철수 움직임과 미국의 방사능 측정 움직임 등이 불안감의 상승효과를 가져왔다. 이 같은 과민반응이 왜 피해지가 아닌 한국에서 나타나는 것일까. 인터넷 시대의 국제보도를 제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겠다.
이홍천 게이오대 종합정책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