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나흘째인 14일,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불과 2주일 전 일본 도쿄에서 손을 맞잡고 웃음꽃을 피우며 음극재사업 협력을 약속했던 이로부터 온 것이었다.
일본 최대 정유업체인 JX닛폰오일앤드에너지(JX NOE)의 키무라 야수시 회장(사진)의 편지는 '아다시피 강력한 지진이 일본 동북부를 완전히 파괴했다'라는 말로 시작됐다. 이어진 그의 메시지는 짧지만 인상적이었다. 키무라 회장은 '지진 발생 사흘이 지나면서 온 나라가 복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최대 정유업체인 우리 회사는 복구를 위해 안정적으로 석유를 공급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우리 설비가 망가졌으니 우리가 책임을 다하려면 외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가 부탁할 때 도와준다면 정말 고마울 것'이라고 이어갔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공장이 불타 가동이 멈춘 참담한 상황에서도 '우리 회사가 망하지 않게 도와 달라'는 절규는 찾을 수가 없었고 국민에 대한 책임감과 의연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틀 뒤인 16일 JX NOE는 GS칼텍스에 100만~150만 배럴의 휘발유, 등유, 경유, 항공유 등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했고, GS칼텍스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이를 공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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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는 합작 파트너인 일본 코스모오일에 등유 30만 배럴을 최우선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에쓰오일도 일본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