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또 온다” 사이렌 울리자 “뛰세요!” 누군가 기자 손을 잡았다
박형준 기자
이에 앞서 라디오에서 “후쿠시마(福島) 관측소에서 3m의 쓰나미가 관측됐다. 도착까지 15분, 해안에서 빨리 벗어나라”는 경고가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택시 운전사는 “유리아게는 쓰나미 피해로 수중도시가 됐는데 그래도 가겠느냐.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하면서도 계속 차를 해안 방향으로 몰았다. 하지만 유리아게에서 작업하던 자위대 대원을 태운 차량들이 반대편에서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것을 본 운전사는 기자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U턴했다.
“해안까지는 5km나 남았고 거리에 사람도 많습니다. 좀 더 해안으로 갑시다.”(기자)
“그럼 여기서 내려드리겠습니다. 쓰나미가 또 옵니다.”(운전사)
광고 로드중
사람들은 바다 반대 방향으로 뛰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외쳤다. “쓰나미가 또 옵니다. 빨리 대피하세요.” 시내로 뛰는 사람이 100여 명으로 불어났다. 그때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2, 3km를 뛰어 도착한 곳은 나토리 시청이었다.
어리둥절해하는 기자의 팔을 잡고 “뛰어라”며 몸짓으로 말했던 이노마타 히로시(猪又浩·42) 씨는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꼭 안았던 아이들도 내려놨다. 그는 “11일 대지진 이후 처음 이곳 피난처로 대피했다”며 “대지진 때 집 바로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왔기 때문에 지금도 여진 소식이 들리면 무섭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이 쓰나미 경보는 잘못된 경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청에는 1000여 명의 시민이 대피해 있었다. 어린이도 많았다. 오지마 유토(大島雄途·8) 군은 “지진은 많이 겪어봐서 무섭지 않지만 쓰나미는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쓰나미에 같은 학교 친구의 부모님이 숨졌다”고 덧붙였다.
시청은 사람들의 피난처일 뿐 아니라 이산가족 찾기의 현장이기도 했다. 현장의 유리창에는 소식이 두절된 사람을 찾는 글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시청 직원들은 나토리 시내 100여 곳에 이르는 피난처에 피신한 사람들의 명부를 정리해 오전 11시 반경 벽에 붙였다. 그러자 나토리 시민들은 친구나 친척이 제대로 피난했는지 명부를 보며 이름을 찾았다. 여기저기서 “아, 살아있구나” 하는 안도의 목소리도 들렸다.
광고 로드중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