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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日本 대지진]위기때 세지는 ‘円의 힘’ 이번에도 통할까

입력 | 2011-03-15 03:00:00

엔화 환율 어디로




요즘 국제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위기 때마다 강세를 보였던 ‘엔화의 저력’이 이번에도 반복될 것인지다. 해외에 투자됐던 일본 자금이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엔화가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엔화 강세 현상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주목을 끌고 있다.

국가 경제의 기초체력을 반영하는 환율은 경제가 악화되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엔화는 1995년 한신 대지진과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 상황에서 늘 강세를 보여 왔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뒤에도 금융시장에서는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에 따라 11일 대지진이 발생한 직후부터 하락세(엔화 가치 상승)를 보였던 엔화는 13일(현지 시간) 한때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80.62엔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엔고 현상의 배경에는 지진 피해 복구 자금이 1100억∼1600억 달러(약 124조∼18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일본의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해외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을 회수해서 엔화로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사실상 제로 금리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이를 달러나 유로로 환전한 뒤 고금리의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지진 피해로 막대한 보상금을 마련해야 하는 일본의 보험회사와 피해 복구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된 자금을 엔화로 바꿔 일본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세계 금융시장에 엔화 부족 현상이 나타나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이번만은 다르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반짝 강세 이후 엔화가 오히려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엔화 환율은 동일본 대지진 발생 3일 만인 이날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82엔대로 다시 상승하며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엔화 가치가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인 달러당 79.75엔에 육박할 정도로 고평가돼 있다는 점이 과거 위기 때와는 다르다. 엔화 환율이 달러당 98.42엔이었던 한신 대지진 때와 달리 이번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기 직전 엔화 환율은 달러당 83엔 수준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에 따라 계속되는 ‘엔고’를 막기 위해 지난해 이례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던 일본 정부가 대지진으로 경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수출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엔고를 계속 용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14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엔화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며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일본은행이 18조 엔(약 250조 원)의 긴급자금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일본 정부가 피해 복구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풀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금융시장의 엔화 부족 현상을 완화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경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것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엔화는 숱한 경제 위기에도 끄떡없는 모습을 유지하던 일본 기업들 덕에 미국 달러화, 유로화와 함께 가장 안전한 통화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 일본 경제가 심각한 재정적자로 신용등급 하락의 수모를 당하는 등 엔화의 저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엔화가 단기적으로는 강세를 나타낼 수 있지만 일본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본격적으로 피해 복구에 나서면 엔화가 시중에 많이 풀려 오히려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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