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몽’ 한국영화 첫 음란물 판결
1967년 한국영화 사상 첫 ‘음란물’ 판정을 받아 화제가 됐던 유현목 감독의 영화 ‘춘몽’의 한 장면.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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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오늘, 법원은 유현목 감독의 영화 ‘춘몽’에 대해 ‘음화’(淫畵)라는 판결을 내렸다. ‘춘몽’은 한국영화 사상 첫 ‘음란물’이 됐다.
‘춘몽’은 유현목 감독이 1965년 일본소설 ‘백일몽’을 영화화한 작품. 신성일과 신인 박수정, 박암이 주연했다. 치과에서 마취제를 맞은 환자의 욕망에 관한 꿈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에는 박수정의 뒷모습 나체가 약 6초간 등장했지만 검열에서 삭제됐다. ‘춘몽’은 왜 음란물‘ 판정을 받았을까.
유현목 감독은 1965년 5월 ‘춘몽’ 촬영 당시 스태프 앞에서 박수정의 벗은 몸을 촬영했다. 사법당국은 바로 이 점을 문제 삼았다. 결국 유 감독은 1966년 1월 음화 제조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춘몽’이 “표현주의와 상징주의 기법에 기반한 실험영화”라고 말했다. 인간의 원형과 욕망을 표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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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목 감독은 바로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예술성을 인정한다 해도 성적 수치심을 주면 음란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벌금형은 선고유예로 마무리됐다.
흥미로운 것은 유현목 감독이 반공법으로도 기소됐다는 점. 유 감독은 1965년 3월 세계문화자유회의 한국본부 세미나에서 영화 ‘7인의 여포로’로 반공법을 위반했다며 이만희 감독에게 내려진 선고유예 판결와 관련해 “국시가 반공이라고 괴뢰군을 항상 인형으로만 그린다면 영화 예술의 차원을 높일 수 없다”고 말했다. 유 감독의 음화 제조 혐의는 이 같은 발언에 대한 ‘괘씸죄’가 아니냐는 시선도 많았다는 사실이다.
그 이후에도 ‘예술과 음란’의 경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다. 1968년 신상옥 감독의 ‘내시’를 비롯해 이형표 감독의 ‘너의 이름은 여자’ 등의 작품이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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