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경제지’를 현대어로 번역하기 위해 8년째 매달리고 있는 임원경제연구소 소속 젊은 학자들. 출간비용을 마련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병기 기자 arche@donga.com
‘임원경제지’는 조선 후기 실학자인 풍석 서유구(1764∼1845)가 30여 년에 걸쳐 농축수산업 원예 요리 기상 지리 의약 건축 음악 서화 등 실생활과 관련한 16개 분야의 지식을 백과사전식으로 집대성한 책. 16개 분야의 지식을 담았다고 해 ‘임원십육지’로도 불리는데 52책 113권(오늘의 장 개념) 250여만 자로 그 방대함을 자랑한다.
이 책을 저술한 목적이 실용지식이 없어 경제적 생활을 못하는 시골의 지식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려는 것인 만큼 책에는 조선 후기의 생활상을 재현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가득하다. 논에 물을 대는 데 사용하는 ‘자승차(自升車)’ 같은 큰 기구부터 베개를 만드는 방법, ‘동의보감’ 못지않은 방대한 의학 지식, 밭의 두둑과 고랑을 만들어 생산량을 늘리는 법, 다양한 재료로 만드는 술과 음식에 관한 정보 등 구체적인 지식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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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학자들은 ‘임원경제지’가 단지 읽기 위한 옛 지식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 예로 전국귀농운동본부가 새 유기농법 개발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자 학자들은 ‘임원경제지’에 나와 있는 전통 농법 강의로 도움을 줬다.
지금까지 문학 사학 철학 한의학 의학 과학사 국악 수학 미학 가족학 등을 전공한 학자 42명이 참여했다. 전종욱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원은 “한문과 전문지식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역자가 적어 지금까지 완역이 되지 못했다. 임원경제지는 조선의 학문이 먹고사는 문제에도 큰 관심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라고 말했다.
2009년 전북대와 함께 ‘임원경제지’의 농업 분야 ‘본리지’를 3권으로 출간했지만 번역과 출간의 주체에 대한 견해차로 결별한 후 독자 출판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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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소장은 “논문을 쓰기 위해 완역을 기다리는 연구자도 있다”며 “현대어 번역이 완료되면 다양한 관련 분야 학술연구가 활성화되고 문화적 자산이 풍부해질 것인 만큼 되도록 빨리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