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이동탁-한서혜 씨
“얼굴만 봐도 동탁이는 바질 역에 딱이죠.” “서혜는 무대 경험이 많아 제 가 늘 배워요.” 발레 ‘돈키호테’에서 주역을 맡은 이동탁(왼쪽), 한서혜 씨.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988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25∼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에서 주역 커플로 첫 호흡을 맞춘다. 바질-키트리 역을 돌아가며 맡는 여섯 커플 중 최연소다. ‘백조의 호수’와 ‘심청’으로 먼저 주역 데뷔한 한 씨는 빠른 습득력과 뛰어난 기술이 장점으로 꼽힌다. 전막발레 주역을 처음 맡은 이 씨는 탄탄한 기본기와 깔끔한 상체 동작이 장점이다.
“‘백조의 호수’ 때도 힘들었지만 이번이 더 힘든 것 같아요. ‘돈키호테’는 ‘이러다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저만의 키트리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고요.”(한 씨)
한 씨가 한국예술종합학교 2년 선배이고 입단도 1년 앞서지만 두 사람은 학창시절부터 동갑 친구로 지냈다. 한 씨는 “동탁이가 ‘너랑은 부끄러울 것도 없다’고 한다. 어린 연인인 키트리랑 바질은 서로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많은데 거리낌 없이 연기할 수 있어서 편하다”고 했다.
두 사람이 가진 또 하나의 공통점은 발레 외의 다른 길을 잠시 걸어보았다는 것. 한 씨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 수영선수를 꿈꿨지만 발레 교사인 어머니의 영향에다 예쁜 발레복에도 마음이 끌려 3학년 때 발레를 시작했다. 무술을 배우다 발레로 전향한 이 씨는 복싱을 배우다 호기심에 발레를 배운 빌리 엘리엇을 연상시킨다.
“초등학교 6학년 교실 뒤에서 여자애들이 다리 찢는 걸 보고 호기심이 생겨 제 발로 발레학원을 찾아갔어요. 중학교 때 무아이타이(태국 무술)를 배우며 발레를 그만뒀는데 계속 발레 생각이 났어요. 학원 선생님도 전화하셔서 다시 하라고 하시고…. 시험을 보고 선화예고로 진학해서 발레를 계속하게 됐죠.”
‘돈키호테’에서 힘든 점을 물었을 때도 똑같은 대답이 나왔다. “쉽게 보이는 동작들이 오히려 더 어려워요. 턴이나 점프나, 테크닉이 필요한 동작들은 되는데…. 요령이나 경험이 없어서 그런가 봐요. 체력이 달리는 것도 문제예요.”
‘한쪽에 맞추는 게 아니라 함께 무대를 만들어나간다는 느낌이 좋다’는 둘에게 무대에 서는 각오를 물었다. “(출연자 여섯 커플 중에서) 제일 젊잖아요. 그러니까 저희들의 패기로 무대를 확….” 이 씨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한 씨가 한마디 던졌다. “제일 젊은 게 아니라 어린 거지. 경험이 부족한 만큼 선생님들이 가르쳐주시는 대로 열심히 해야죠, 열심히.”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