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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해성 前한양대 총장 유가족 장학금 10억원 기부

입력 | 2011-03-10 03:00:00

“남편과의 추억 담긴 집 팔았지만… 하늘서도 제자사랑 기뻐하실 것”




1989년 4월 5일 식목일 행사에서 당시 이해성 한양대 총장이 학생들과 함께 나무를 심고 있다. 한양대 제공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지속적으로 도우셨던 선친의 후배 사랑이 계속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해성 한양대 전 총장의 유가족이 고인의 뜻을 기려 한양대에 장학금 1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한양대는 9일 “유가족이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늘 안타깝게 여기셨던 이 전 총장의 뜻을 기려 장학금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부금 전달식은 11일 오전 본교 총장실에서 열린다. 11일은 이 전 총장이 별세한 지 3주기가 되는 날이다.

한양대에 따르면 장학금을 기부하기로 한 데는 이 전 총장의 부인 최옥선 씨(77)의 결심이 컸다고 한다. 최 씨가 남편이 떠난 지 3년이 되는 올해 학생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 최 씨는 아들 이상훈 씨(31)와 논의한 끝에 남편과 함께 살아온 집을 판 돈으로 마련한 장학금을 학교에 기부하기로 했다. 최 씨는 “30여 년간 남편과 함께 살아온 아파트를 처분한 돈을 기부하기로 했다”며 “비록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남편의 후배 사랑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3년 전 남편의 장례식 때 받은 조의금 4000만 원도 학교에 장학금으로 내놓은 바 있다.

학교 측은 이 기부금을 가정형편은 어렵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기로 했다. 최 씨는 “1949년 건축학과에 입학했던 남편 역시 변변한 옷 한 벌이 없어 교련복과 전투화 차림으로 입학식을 치렀다”며 “남편이 당시 받았던 장학금이 큰 도움이 된 것처럼 이 기부금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훈 씨도 “대학 시절 아버지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들켰을 때 ‘학생은 공부가 우선’이라며 크게 혼내신 적이 있다”며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지속적으로 도우셨던 선친의 후배 사랑이 계속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1953년 한양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1989∼93년 제7대 총장을 지냈다. 이후 한양대 명예교수와 명예총장을 역임했다. 50여 년간 대학교수와 총장을 지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날 때 통장에 남은 잔액은 800만 원 남짓이었을 정도로 청렴한 삶을 살았다. 최 씨는 “장학금을 받은 후배들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로 자라준다면 남편도 진심으로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