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1명 다 아니면 안받아”… 정부 “7일 다시 송환협의”
“가족품에 언제 돌아갈까”… 南과 北사이 발묶인 北주민 27명 북한 주민들이 4일 오전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잠시 휴식한 뒤 다시 판문점행 버스에 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동아일보 카메라에 포착됐다. 귀환 의사를 밝힌 주민은 남성 9명과 여성 18명. 여성의 상당수가 40, 50대로 보였으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얼굴도 눈에 띄었다. 파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 판문점 연락관은 오후 6시경 남측에 구두 통지문을 보내 ‘31명 전원을 배와 함께 나갔던 해상경로를 통해 무조건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한 뒤 퇴근했다”고 전했다. 북한 조선적십자회 장재언 중앙위원장도 개인 명의의 통지문을 남측에 보내 31명 전원 송환을 요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북한으로 귀환하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경 판문점 인근에 도착한 주민 27명은 군사분계선(MDL)을 넘지 못한 채 저녁까지 대기하다 숙소로 돌아왔다. 이들은 송환이 늦어지자 판문점 인근에서 정부가 제공한 점심 식사를 한 뒤 대기했으나 끝내 송환이 무산되자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정부 당국자들이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오전부터 북측 연락관에게 전화해 27명의 송환을 수용하도록 요구했으나 북측은 응답하지 않았다”며 “5, 6일은 연락관들이 근무하지 않기 때문에 7일 송환 문제를 북측과 다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국가정보원이 이번 조사와 처리 과정을 독점하다 미숙한 일처리 능력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대북 소식통은 “국정원은 조사 과정에서 군과 통일부 등의 접근을 차단한 채 단독플레이를 한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 고위 당국자들도 지난달 7일 ‘31명 전원이 송환을 원한다’고 성급하게 말했다 북한에 발목이 잡힌 셈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귀순 의사를 밝힌 4명은 황해남도 해주 출신인 선장 옥모 씨(38)와 박모 씨(22·여·통계원), 봉모 씨(21·여·간호사), 그리고 강원 원산 출신인 홍모 씨(44·무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극심한 경제난 때문에 한국의 공무원에 해당하는 통계원과 간호사까지 조개잡이에 동원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