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숨 4년 만의 소설집 ‘간과 쓸개’힘 없고 병든 이들의 일상 들춰봐
단편 ‘사막여우 우리 앞으로’에는 35년간 버스정류장 간이매표소에서 껌이나 우유를 팔던 엄마 얘기가 나온다. 위를 반 정도 잘라내 아주 조금밖에 먹지 않고, 배설할 때만 밖에 나올 정도로 운동량이 적어 두 다리가 홍학처럼 가늘어진 엄마다. ‘간과 쓸개’에서는 간암을 앓는 아버지가 투병하는 모습이 쓸쓸하게 그려진다.
김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질병이 우리 가까이에 있듯 죽음도 그런 것 같다. 고요한 듯하지만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응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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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또래보다 어르신들하고 대화가 더 잘돼요. 동네 할머니들하고 마주치면 인사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시장 가서도 어르신들이 하는 얘기를 귀담아 듣는데 소설보다 재미있어요.”
아픈 얘기를 건조하고 무덤덤하게 단문으로 끊어 쓰는 스타일은 여전하다. 가장 인상 깊은 한 구절을 꼽아 달라고 했더니 ‘간과 쓸개’의 한 부분을 들려줬다.
‘죽은 귀뚜라미들 속에서 저 홀로 악착같이 살아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기특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끔찍하다는 생각이 더 컸다. 살아 있다는 것이, 더할 수 없이 구차스럽고 징글징글하기만 하였다.’
죽음을 앞에 둔 간암 환자가 죽은 동료들 틈에서 버둥거리는 귀뚜라미를 보며 자기 모습을 발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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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삶 자체가 부조리하고 모호하고 결국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소설의 결말도 자유롭게 남겨두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