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색깔만 보세요”
지난달 28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내 이화삼성교육문화관에서 ‘서울 생활 오리엔테이션’이 열렸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선배 유학생’인 새뮤얼 니어 씨는 서울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지하철 타는 법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참석한 유학생 300명은 오리엔테이션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서울시 제공
지난달 28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내 이화삼성교육문화관. 그리스 출신 여대생 아시마나키 콘스탄티나 씨(23)가 입을 실룩거렸다. 올해 이화여대 인문과학부(영어영문학 전공)에 입학한 그는 서울에 온 지 5일밖에 되지 않았다. 한눈에 봐도 복잡한 노선 9개. 여기에 경의선, 경춘선 등 지역 노선까지 10여 개 노선이 그려진 지하철 노선도를 보자마자 그는 “아테네는 2개뿐인데 서울은 너무 복잡하다”며 겁부터 냈다.
무대 위에서 발표자의 설명은 이어졌다. 다음은 교통카드 ‘T머니’ 설명 차례. ‘환승’ 설명 부분에서 어려움은 극에 달했다. “내리기 전 카드를 단말기에 대야 하고, 30분 내에 갈아타야 환승 할인을 받습니다. 하루에 총 4번까지만….” 한숨과 함께 끙끙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 입학식보다 중요한 서울 생활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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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설명회의 핵심은 지하철. 서울의 ‘동서남북’도 모르는 이들에게 지하철 노선도 익히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테네에서 왔다는 콘스탄티나 씨는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면 외국인인 나를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겁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고 즐기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화여대에 유학 온 이유에 대해 “‘동방신기’, 삼성, LG 등 평소 한국 문화나 산업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장에는 새내기가 아닌 ‘베테랑’급 외국인 유학생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7월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환학생으로 온 독일 유학생 콘세비츠 디마 씨(25)는 ‘이화여대 유학생’이라고 적힌 한글 명함을 직접 만들 정도로 ‘준한국인’이 됐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수두룩하다”며 “T머니 카드로 버스, 지하철 환승 할인을 받을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 “지하철 타기가 제일 어려워요”
이날 발표를 맡은 새뮤얼 니어 씨(28)의 감회는 남달랐다. 2008년 서울에 처음 왔을 때 그 역시 이날 좌석에 앉은 새내기 중 한 명이었다. 현재 서강대 국제경영대학원에서 유학 중인 니어 씨는 서울 생활을 좀 더 빨리 익히기 위해 1년 반 동안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외국인 상담 자원 봉사 활동을 했다.
설명회는 40분 정도 진행됐으나 호기심 많은 유학생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질문을 했다. “환승역에 ‘코리안 서클(태극마크)’만 있고 역 번호가 없다” “휴대전화 대리점에 가면 말이 안 통해 난감하다” 등 불만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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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