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개발 갈등’ 불씨에 ‘이슬람채권법’ 기름 끼얹어
2008년 8월 방한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왼쪽)으로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오른쪽)를 소개받고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당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두 정상의 오찬에서 기도를 한 것으로 알려진 조 목사는 최근 “정부가 이슬람채권법을 계속 추진하면 이 대통령 하야 운동을 하겠다”고 발언했다. 동아일보 DB
최근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보수적 개신교계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대변하는 말이다. 한기총과 수도권 대형교회 목사들 주변에서는 “(MB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는 표현도 자주 나온다.
교계에서는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의 ‘하야 운동’ 발언에 대해 충동적으로 나온 말이 아닌 것으로 여기고 있다. 조 목사는 평소 오전 7시에 주요 일간지를 정독하는 등 정보와 여론 동향에 민감해 이슬람채권법이 2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채 ‘수면 아래로 간’ 상황을 모를 리 없다는 것. 한기총의 한 목사는 “조 목사는 매우 치밀한 성격이고, 발언 당시에 청와대 비서관까지 단상에 있었다”며 “이 대통령이 개신교 장로라서 그동안 참아온 교회들의 불만을 조 목사가 작심하고 대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MB와 개인적 채널이 있는 원로목사들이 ‘이슬람채권법 불가’ 메시지를 정부에 여러 차례 전달했지만 23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시간 가깝게 강의식으로 설명해 조 목사가 불쾌해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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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대표회장인 길자연 목사는 조 목사의 발언에 대해 “나라를 위한 충정으로 이해한다. 정부와 계속 대화하겠다”면서도 “대통령은 눈앞의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이슬람채권으로 빚어지는 문화 사회적 문제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개발로 인한 교회 보상 문제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같은 단체의 공동회장인 홍재철 목사는 “전국에서 1만2000여 개 교회가 재개발 대상인데, 보상받은 뒤 다시 교회를 개척하려면 평균 3배의 비용이 들어 사실상 교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종교 시설이자 문화적 기능을 갖는 교회 특수성을 감안해 대책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반응은 미온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개신교계가 장로 대통령 때문에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기총의 한 목사는 “불교나 가톨릭에서 정부를 비판하면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 정치인들이 이리저리 뛰면서 온갖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교회의 주장에 대해서는 ‘참아라’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적 개신교계와 정부의 갈등을 지켜보는 진보 성향의 개신교계와 다른 종교계는 다른 입장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는 “재개발은 교회 이익 차원이 아니라 재개발 정책 전반을 검토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려고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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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회장을 지낸 백도웅 목사(종교인평화봉사단 이사장)는 최근 갈등에 대해 “기본적으로 권력이 종교를, 종교가 권력을 필요에 의해 서로 의지해온 관행이 문제”라며 “양측은 간섭 없이 자신의 영역에서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