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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포커스/니컬러스 크리스토프]美, 중동 민주화에 지지 보낼 때

입력 | 2011-02-25 03:00:00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중동에 민주화 시위가 번지면서 우리 저널리스트들은 이 치열한 현장을 잡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우리가 충실히 전달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건 이곳 국민의 순수한 용기다. 고문과 구타, 심지어 죽음까지 감수하면서, 서구인들은 당연시하는 자유를 위해 싸우는 이들의 용기 말이다.

지난 주말 이곳 바레인에서 민주화 시위대들은 이번 봉기의 성지 격인 펄(pearl·진주) 광장으로 행진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군대는 이들에게 아무런 경고 없이 실탄을 발사했었다. (이런 상황이니) 나 역시 굳게 마음을 먹고 취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시위대를 향한 발포는 없었다. 미국의 압력 때문인지 바레인 왕실은 극단적인 유혈 진압을 자제했다. 시위대는 무난히 최루탄을 뚫고 행진을 계속했고 경찰들은 길을 내주며 흩어졌다. 시위대는 광장의 흙에 키스를 하며 서로를 껴안았다. 기쁨의 비명을 지르고, 춤을 추고, 일부는 눈물을 흘렸다. 한 대학생은 “이곳은 순교자들의 광장이 됐다. 어떻게든 국민들이 자신의 권리인 자유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위대원은 “이집트가 했다면 우린 더 잘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나는 인터뷰에 응한 이들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겠다. 물론 많은 사람이 당당하게 자기 이름을 밝혔다. 하지만 내게 이름을 밝혔던 한 젊은이가 나중에 경찰에 끌려가 구타를 당한 사실을 알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 시위는 ‘아랍판 1776년(미국의 독립혁명)’이다. 중동의 민주화가 이슬람 극단주의, 반미(反美), 여성 차별적인 정권을 잉태할 것이라는 이곳 독재자들의 선동은 들을 가치가 없다. 오히려 지금 수많은 여성이 시위에 가담하고 있다.

수세기 동안 미국은 중동의 부패하고 억압적인 정권을 비호해 왔다. 물론 미국이 친하게 지내 온 바레인의 수니파 정권은 비교적 관대하고 개방적인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이 정권도 부패 및 억압, 차별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만약 낙하산을 타고 바레인의 어느 마을에 착륙하더라도 우리는 그곳이 어떤 동네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도로나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잘돼 있다면 수니파 마을이고, 그렇지 않으면 시아파 마을이다. 스무 살의 한 시아파 학생은 “수니파 급우들은 모두 정부 장학금을 받고 좋은 공공기관에 취직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시아파는 장학금이나 일자리는커녕 경찰, 군대에 복무하는 길도 막혀 있다. 바레인의 군대는 자국의 시아파가 아닌 다른 이슬람 국가들의 수니파 용병으로 채워져 있다. 미국은 이런 나라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제 미국도 지원을 유예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미 튀니지나 이집트에선 그 나라 국민을 지지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쳤다. 하지만 바레인 국민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바레인 국왕에게 시위 탄압에 대한 자제를 요청한 이후 미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들은 미국에 고마워하고 있다.

바레인 등 중동 국민의 자유를 향한 결의는 대단하다. 나는 한 병원에서 시위 과정 중 하반신 마비가 되고도 다시 광장으로 나서겠다는 환자를 만났다. 광장에서 만난 스물네 살의 한 젊은이는 다리를 붕대로 감고 절뚝거리는 와중에도 “민주주의가 오는 그날까지 광장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미국도 과거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비슷한 종류의 결의를 다졌다. 물론 중동은 비록 민주화에 성공하더라도 한동안 많은 결함과 문제에 시달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지 3세(미국 독립혁명 당시 영국의 왕)가 아닌 민주화 시위대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줄 때라는 점은 분명하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